영화 ‘독재자’(The Dictator)가 개봉 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사샤 바론 코헨이란 사람을 모르거나, 영화 ‘보랏’ ‘부르노’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정치적으로 옳은 입장을 항상 원칙으로 삼는 당신이라면 이 영화를 무턱 대고 봤다간 뒷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핵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 호전주의, 딸을 임신하면 낙태를 명하거나, 여성이 대학을 가는 것은 귀여울 뿐 쓸모없는 것이라는 여성차별,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자는 무조건 총살형에 처하는 인권탄압을 소재로 한다. 영화에서 독재자는 모국어 사전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삭제해 버리는 등 어이없는 완벽한 독재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배우이자 시나리오 작업을 한 영국 출신 사샤 바론 코헨은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인권, 평등, 자유, 연대의 기본 가치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왔다. 평등을 이야기 하면서 사실 파키스탄에서 왔다는 국영 TV 기자 ‘보랏’의 파키스탄 문화에 대해서 속으로는 ‘미개함’이라고 평가하고 비웃는다. 또 서방세계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우리의 모습이나, 인권을 위해 투표하는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포로수용소에서 포로 고문을 자행하는 미국군에게 우습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독재자’는 어떤 이에게는 불쾌하기도 하고 최악의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재자’는 헐리웃에서 상영되는 코미디 영화중 가장 크게 유쾌히 웃을 수 있는 영화이며, 사샤 바론 코헨은 헐리웃에서 가장 독창적인 코미디언이다. 그가 전달하는 웃음의 요소는 저질 코미디의 요소 자체가 아닌, 우리 안에 내재한 허위의식과 이중인격 안에서 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맘 편히 즐길 수 없다면, 미국 코미디에 대처하는 다음의 방법에 귀를 기울여 보자.
첫째, 스스로를 웃음거리라는 암시를 걸어보자. 자신을 완벽하지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보자.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세계 어느 국민들보다도 민감한 미국의 평범한 코미디 소재들은 여전히 인종차별이며 여전히 성차별이다. 수많은 스탠딩 코미디언들이 장수하는 비결 중 하나는 흑인 코미디언이 스스로 흑인에 대한 수다스러운 스테레오타입을 웃음거리로 만들기 때문이고, 아시안들의 찢어진 눈에 우스꽝스러운 액센트를 소재거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를 자학하는 게 아니라 스테레오타입을 여전히 가지고 반응하는 스스로가 우습다는 사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둘째, 코미디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라. 자신의 교양을 버리고, 웃음 앞에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구절을 반복해 보자. 미국의 다수 코미디는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로 수년을 버텨 왔으며, 부통령의 무식함으로 소재 고갈을 피해 왔다. 사샤 바론 코헨이 영화 ‘독재자’에서 메간 폭스, 오프라 윈프리, 조지 클루니와 잠자리를 했다는 대목에서 그들의 인권에 발끈해 하는 교양은 잠시 잊고, 그 어이없는 상황에 나를 맡겨라.
셋째, 미국관객과 꼭 함께 영화를 보라. 관객이 웃을 때 따라 웃는 연습을 해라. 어차피 오늘의 과제는 미국 코미디를 어떻게 즐길 것인가이다. 그러면 독재자가 헬기를 타고 미국 성조기 옷을 입은 관광객처럼 분장하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불꽃놀이를 얘기할 때 같이 탑승한 미국인 노부부가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신고한 부분에서 포복절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위의 세 가지 대처법이 영 탐탁지 않다면, 이 글은 농담이라고 치부하자. 이 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당신의 품격은 지킬 수 있되 ‘독재자’ 영화가 왜그리 인기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며, 이 글을 읽으며 어이없다고 슬쩍 미소 짓는다면 미국 코미디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독재자’를 즐기는 방법이자, 미국 코미디에 대처하는 법이다.
문선영 /퍼지 캘리포니아 영화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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