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간 서점에서 스물 남짓의 대학생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한국계, 필리핀계, 히스패닉 등 여러 인종이다. 인종 간 일을 해내는 능력의 차이는 전혀 발견할 수 없을 만큼 모두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한다. 그 학생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가서 아르바이트 할 때가 기억이 났다.
대학에 들어가 부모가 주는 최소한의 생활비로 생활하다가 과외로 돈을 쓰고 싶으면 아이들은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돈을 벌어 충당했다. 일을 하다보면 마음속에 직장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니 종종 고충을 털어 놓았다. 아이들이 제일 처음 부딪히는 문제가 일을 한다는 것은 노예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즉 일터에서 지시하는 상사의 노예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하는 일, 직장은 바로 노예생활과 다름없다고 나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평생 직장을 갖고 생활해야하니 그런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충고했다. 나 역시 일의 노예(?)로 살아온 지난 시절을 비추어 보면서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곤 했다.
교사,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등 무슨 직업을 가진다해도 주어진 일을 해내야하는 것은 일종의 일의 노예생활과 다름없다. 평생 그런 느낌을 조금씩은 안고 일을 해야 하는데 기왕이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노예가 되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슬쩍 말하곤 했다. 돈을 적게 벌더라도 편하고 즐거운 나름의 인간다운 삶을 구가하면서 사는 그런 꿈의 직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일터에서 부딪히게 될 소소한 문제에 대해서 조언했다.
맨 먼저, 직장에서 상사가 하는 지시 내용이 너의 생각과 다르다고 불만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 직장의 문화와 주어진 일에 대해 익숙하기 전에는 상사의 말을 무조건 따르라도 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신참은 상사가 죽으라고 말하면 죽는시늉까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사무보조원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상사가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직장을 돕는 것이니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학원에서 과외를 할 때는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한테서 시간당 60달러 이상을 받으면서 강사인 자신에게는 고작 15달러만 준다고 불평을 했다. 시간당 15달러는 결코 적지 않다고 말해줬다. 학원장이 너의 노동으로 몇 백달러를 벌어들이든 그것은 너의 임금과는 무관하며 학원 운영의 여러 비용과 학원장이 쌓아온 무형의 재산인 신용도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아이를 납득시켰다. 그러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일하는 사람이 첫번째 배워야 할 태도라고 일렀다.
때로 아이들은 저희들처럼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다며 우쭐대기도 했다. 그러면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어쩌면 직장상사는 칭찬에 인색할 수도 있다고 말해줬다. 지금보다 시간 안배를 잘 하고 머리를 잘 쓰면 몇 배로 능률을 올리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조언을 곁들였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긍하곤 했다.
그런 냉정한 충고 덕분인지 직장에서의 추천서는 항상 좋았다. 사정상 다른 직장을 지원할 때 다른 지원자보다 스펙은 좀 모자라도 취직은 잘 되었다.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경우는 절대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평생 동안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일을 해왔다. 일을 함으로써 일종의 존재감이 확인 되니 뿌듯한 만족감은 있었다. 생활비를 보태고 또 남으면 약간의 저축도 하고, 어떤 때는 벌어서 빚진 것을 갚아나가고 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남이 알아주든지 말든지 나름으로는 남의 필요를 돕는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학생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평생 이어질 그들의 직장생활이 순탄하기를 바라며 잠시 옛 일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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