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세 번째 미니 앨범 ‘그니’ 발표
연인 조정치와 ‘우결’ 합류…"추억 많이 만들고파"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 "원래 그리 여성스러운 편은 아닌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또래 여자 친구들이 공감할 만한 가사가 나오더군요. 저 자신에게서 발견한 이 시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가수 정인(최정인·33)이 오는 12일 세 번째 미니 앨범 ‘그니’를 낸다. 2011년 4월 발표한 ‘멜로디 레머디’(Melody Remedy) 앨범 이후 2년 만이다.
’그니’는 ‘그 여인’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앨범에는 사랑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떨리고, 기뻐하고, 불안해하고, 아파하는 ‘그니’들의 모습이 담겼다.
최근 을지로에서 만난 정인은 "사랑 앞에서 뭔가 결핍됐다는 느낌에 불안해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렸다"고 소개했다.
’그니’에는 모두 다섯 곡이 담겼다. 타이틀 곡 ‘그 뻔한 말’은 감정을 절제한 보컬이 더욱 큰 슬픔을 자아내는 이별 노래다. 가수 윤건이 작곡하고 힙합 듀오 리쌍의 개리가 노랫말을 붙였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에요. 감정을 다 꺼내놓지 않아 더 슬픈 노래죠. 첫 미니 앨범 만들 때 받았던 곡인데 5년 만에 다시 작업해 완성했어요. 저나 오빠(윤건)나 트렌드에 민감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능했던 일이죠. 하하."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만든 ‘좀 걷자’는 위기를 맞은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곡. 경쾌한 멜로디에 정인의 산뜻한 보컬, 리쌍 개리의 감칠맛 나는 랩이 어우러졌다.
나머지 세 곡은 모두 정인이 작사·작곡했다. 이 중 ‘치’는 잘나가는 남자 친구를 둔 여자의 불안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곡이다. 예능 출연 덕에 요즘 ‘대세’로 떠오른 남자 친구(기타리스트 조정치)를 생각하며 만든 곡일까.
"만든 지 꽤 된 곡이에요. 그땐 상상하면서 썼는데 요즘 현실이 됐죠.(웃음) 근데 사실 저흰 나이도 있고, 원래 인기에 흔들리던 사람들도 아니어서 크게 신경 쓰진 않아요. 재밌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죠. 물론 예전처럼 맨얼굴로 홍대를 막 돌아다닐 수 없게 돼 조금 불편해졌지만요. 하하."
정인의 ‘잘나가는’ 남자 친구 조정치는 이 곡의 작곡을 돕고 기타 연주도 해줬다고 한다.
’제발 / 죽고 싶다는 말 좀 마요 // 그냥 내뱉는 말이래도…’로 시작되는 가사가 인상적인 ‘그런 말 마요’는 힘들어하는 주위 사람들을 위해 쓴 곡.
"제대로 위로해 준 적이 없는 것 같아 미안했어요.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나까지 힘들어지니까 ‘그런 말 마라’고 자를 때가 있잖아요. 내 감정이 앞서 정작 힘든 사람을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했다는 반성, 앞으로 잘해주겠다는 다짐을 담은 곡이죠."
마지막 트랙인 ‘오케이’(OK)는 손가는 대로, 느낌이 오는 대로 뚝딱 만들었다고 한다. 정인은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의 도발을 담은 곡"이라며 웃었다.
’그니’는 정인의 프로듀서 데뷔작이기도 하다. 앞서 발표한 미니 앨범 두 장을 프로듀싱 해준 리쌍 길이 ‘코치’로 나섰다.
"처음이라 미숙한 부분이 많았어요. 수업료를 많이 냈죠. 예전에 길 오빠가 제 앨범 프로듀싱을 할 때 한 얘기 중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 제가 직접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정인은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프로듀싱은 내 것이 아닌가보다’는 생각도 했지만 고생한 게 아까워 결국 끝까지 했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지만 재미도 있었다. 크든 작든 내 살림을 하는 기분이 들더라"고 돌아봤다.
’프로듀서 정인’의 편곡 포인트는 뭘까.
"앞선 앨범에 비해 톤이 좀 다운됐어요. 사운드도 작아진 감이 있고요. 마스터링할 때 다들 반짝반짝한 음악으로 나오는 판에 이래도 될까 고민을 했지만, 조곤조곤 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죠."
정인은 앨범 재킷 디자인과 뮤직비디오 촬영, 스타일링도 직접 챙겼다. 가사지를 포함해 앨범에 삽입된 모든 글자는 손으로 꾹꾹 눌러 썼다.
그는 "첫 앨범 때 재킷 콘셉트를 ‘낙서’로 잡아 손글씨로 가사지를 만들었는데 그게 어느덧 ‘전통’이 되고 말았다"며 깔깔 웃었다.
2001년 밴드 지플라(G.Fla)의 보컬로 활동을 시작한 정인은 2002년 리쌍 1집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고 2010년 첫 솔로 앨범을 냈다. 노래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가창력, 솔(Soul)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 음색이 매력적인 정인은 국내 최고 여성 보컬리스트로 손꼽힌다. ‘포스트 한영애’라는 찬사도 받았다.
그러나 스스로 평가하기엔 아직 ‘음악적 초등학생’에 불과하단다. 욕심 많은 가수다.
"두 번째 미니 앨범 내고 인터뷰하면서 ‘음악적으로 난 아직 초등학생’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때 1학년이었다면 지금은 3학년 정도? 작사·작곡은 꾸준히 했지만 아직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고 프로듀싱은 처음 해봤으니까요. 장르도 넓히고, 대중과 대화도 더 해서 ‘고집스럽지 않고 합리적인 내 세계’를 만들어 보여주려면 아직 멀었죠. 나이가 나이인지라 ‘월반’을 꿈꾸긴 하지만요. 하하."
정인·조정치 커플은 최근 MBC TV ‘우리 결혼했어요’에 합류했다. 연예인 커플의 가상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에 연애 11년차 커플이 출연하게 된 계기는 뭘까.
"한 3년 전쯤부터 결혼 얘기가 나왔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돼 미뤘죠. 전 노래를 늦게 시작해서 공부할 게 많거든요. 결혼을 하면 출산과 양육도 해야 할 텐데 두 가지를 다 잘할 자신이 없었어요. 출연 제안을 받고 무대에서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사생활’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예행연습’ 차원에서 나쁠 것도 없다 싶었어요. 오빠랑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그는 "사실 난 멋있는 사람보단 ‘가벼운 사람’에 가까운데 슬슬 걱정이 된다"며 웃었다.
정인의 목표는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음악가가 되는 것.
"노래를 하든 작곡을 하든, 육십 칠십이 되어도 뭔가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나만의 노래를 계속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rainmak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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