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전 회장이 한국 방문 중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하면서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넣고 악수를 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과거 게이츠 회장이 여러 사람과 악수하는 사진들을 보면 그가 의도적으로 한국 대통령을 무시했다기보다는 개인적 습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그렇더라도 외국 사람을 만날 때는 상대방의 문화를 알고 그 문화에 맞추어주는 배려가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은 자기들의 문화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인 우리도 문화의 차이를 경험한다. 나는 미국에 와서 오고 가라는 손짓이 달라 상당히 혼동을 느꼈다. 병원에서 미국사람이 나를 부르는데 한국에서 강아지 부를 때처럼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몹시 화가 나서 강아지를 부를 때도 그렇게 버릇없이는 안 부른다고 따졌다.
그런가 하면 내가 다른 미국사람에게 오라는 손 신호를 보내니 “바이 바이” 하고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업신여기는 건가 했다. 이러한 오해는 손 신호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서야 풀렸다.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줄때 돈을 거꾸로 세어주는 것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10달러 짜리물건을 구입하고 20달러 지폐를 내면 한국에서는 10달러를 얼른 거슬러 주는데, 미국에서는 물건을 주면서 10달러, 그리고는 거스름돈을 세면서 11달러, 12달러, ……20달러 하고 맞추어 준다. 상대방이 준만큼 똑같이 돌려준다는 미국식 사고인 것 같다.
이야기 할 때는 또 어떤가? 윗사람이 이야기 할 때 눈을 아래로 내리고 “예, 예”라고 정중하게 대답했더니 말을 못 알아 들었다고 생각했던지 여러번 확인하는 것을 경험했었다. 미국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눈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해야 상대방이 경청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민 초기에는 병원의 선배나 과장이 오면 일하는 중에도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후 앉을 자리를 내어 드리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하이’ 라고만 인사하라고 해서 머쓱해진 적도 있었다. 반대로 나보다 아래 사람이 앉아있으면 버릇이 없는 것 같아서 속으로 기분이 나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오히려 위 아래 사람들이 편하게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병원에서 미국 사람들은 추운데 아주 익숙해 있는데 한인들은 따뜻하게 있기를 원한다. 열이 나면 한인들은 뜨듯한 국물을 먹고 담요를 뒤집어쓰고 땀을 푹 내야하는데 미국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옷을 홀딱 벗기고, 물수건으로 닦아준다. 한인들은 미국병원만 가면 추워서 감기 걸렸다고 야단들이다. 한인들은 주사를 맞고 빨리 빨리 좋아져야 되는데 미국 의사들은 주사를 잘 안 놓아 주는 편이다.
오랜 만에 한국에 가서 길이나 지하철 역, 혹은 엘리베이터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부딪힌 다음 미안하다는 말을 못들을 때는 내가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미국사람들은 신체의 접촉이 있으면 반드시 “익스큐즈 미”를 한다. 아마도 한국의 땅덩어리가 작다보니 부딪히는데 익숙해진 것인지 모른다.
가족들이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더 먹으라고 권하면 아이들이 “노우 탱큐”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부모가 한국의 정을 발휘하여 “몸에 좋은 것이니 더 먹어” 하고 음식을 덜어주면 아이들은 질색을 한다.
문화의 차이는 민족 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들 사이에도 크다는 것을 살아갈수록 느낀다. 이웃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아내와 남편이 서로 섭섭해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의 차이는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자라난 환경, 어려서부터의 훈련이 다른데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문화는 똑같이 훌륭하다. 그런 걸 잘 알지만 그래도 나는 한국문화가 조금 더 훌륭하다고 우기고 싶어진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 식사를 하든지 꼭 말한다. “조금 더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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