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노인이 현관 앞 흔들의자에 앉아 흔들흔들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 여성이 다가가 물었다. “너무나 행복해 보이세요. 그렇게 행복하게 사시는 비결이 뭔가요?” 노인이 말했다. “하루에 담배 세 갑을 태웁니다. 매주 위스키 한 케이스를 비우지요. 기름진 음식을 먹고 운동은 절대 안합니다.”이쯤에서 혹시라도 “맞아, 즐겁게 사는 게 최고야!” 하는 분이 있다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필요가 있다.
여성이 다시 물었다. “놀랍네요. 그런데 지금 몇 살이세요?” “26살이요.” - ‘나쁜 습관’에 대한 대단히 교훈적인 조크이다.
해가 바뀌어도 새해 결심은 바뀌지 않는다. 올해도 변함없이 금연, 금주(절주), 건강한 식생활(다이어트), 운동이 대표적인 새해 결심으로 꼽혔다. 많은 사람들이 고치고 싶어 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나쁜 습관이 이것들이라는 말이 된다.
거미줄 같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쇠사슬 같아서 도무지 끊어지지 않는 것, 처음에는 내가 시작했는데 지금은 나를 좌지우지 하는 것,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탄탄해지는 것, 그래서 잘라 버리려면 내일 보다 오늘이 수월한 것 - 바로 습관, 그 중에서도 나쁜 습관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생의 후반부는 전반부에 형성된 습관으로 만들어 지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나이가 중년 이상이라면 일일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 없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부분이 많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우리가 하는 행동을 제3자의 눈으로 보면 거의가 습관적이다. 습관대로 일어나고 씻고 먹고, 늘 듣는 방송 들으며 늘 가는 길로 출근하고, 늘 하던 대로 일하고, 같은 길로 같은 방송 들으며 퇴근하고 … 하루 삶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만든다면 촬영 날짜를 오늘로 하든, 1년 전 어느 날로 하든 별로 상관이 없다. 새로운 것이 없으니 새 날이 와도 새 날 같지가 않다.
우리 조상들이 염원하던 오복(五福) 중 지금 우리에게는 아쉽지 않은 것이 있다. 장수의 복이다. 80대를 사는 것은 보통이고, 90대를 사는 분들도 늘고 있다. 그 긴 세월을 인생 전반부에 형성된 습관대로, 쿠키커터로 찍어낸 듯 산다면 삶은 얼마나 지루할까. 지루함에서 그치지 않고 뇌 건강에 직결된다는 연구보고들이 있다. 치매 위험이다.
뇌 건강을 위한 필수 비타민은 자극이다. 자극은 새로움에서 온다. 어린 아이들을 디즈니랜드에 데려가면 하루 종일 통통 튄다. 모든 것이 새로워서 매순간 감탄하고 환호하느라 몸 전체가 에너지 덩어리 같다. 뇌에는 보약 같은 경험이다.
나이가 들면 감탄의 경험이 줄어드는 것이 문제이다. 습관에 떠밀려 살다보니 매사가 너무 익숙해서 자극이라곤 없다. 도시 안에 수많은 길이 있어도 매일 같은 길로만 다니듯 습관적 행동은 뇌 안에서 정해진 신경세포 전달 통로만 이용되게 만든다. 그렇게 수십년 지나면 자극받지 않은 다른 부분들의 기능이 쇠퇴하면서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뇌라는 들판도 내버려 두면 잡초 무성한 황무지로 변하기 때문에 계속 새 길을 내고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활동은 세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안락의 영역, 확장 영역, 스트레스 영역이다. 안락의 영역은 바로 습관의 영역이다. 푹신한 침대 속처럼 빠져나가고 싶지 않은 영역이다. 스트레스 영역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도전을 요하는 활동이다. 확장 영역은 그 중간 정도. 낯설고 어색하기는 하지만 도전해볼 만한 활동들이다. 크게 힘들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이 정도의 활동이 뇌에는 가장 좋다고 한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무엇이든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뇌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매일 새로운 라디오 방송을 듣거나 다른 길로 출근하는 등 습관에서 벗어난 활동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이 그렇게 하자 체중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새로움의 경험이 뇌를 깨어있게 한 때문으로 추측이 된다.
새해가 되었는데도 새해 같지가 않다는 사람들이 있다. 새해라는 새 술을 습관이라는 헌 부대에 계속 담기 때문으로 보인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 자동차 안의 CD가 몇 개월째 그대로라면 CD부터 바꾸자. 외국어를 하나 새로 배워보는 것도, 이제까지 안 해본 취미활동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흔들의자에 앉아서 하루 종일 술 취해 있는 ‘20대 노인’의 삶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습관에 취해 아무 자극 없이, 오늘이 어제같이 살고 있다면 그 삶도 다를 게 없다.
junghkwo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