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특급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초호화 스위트를 만드는 것이다. 몇 천 평방피트의 드넓은 공간, 전용 엘리베이터, 사치가 극에 달하는 실내장식으로 이들 호텔이 겨냥하는 것은 극소수의 특별한 고객들이다. 세계의 갑부들이다.
한번 여행할 때마다 비서, 요리사, 미용사, 운전기사 등 일대 군단이 함께 움직이는 이들은 현실적으로 이만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룻밤 숙박료는 2만5,000달러 정도.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이자 중산층의 1년 치 주택 모기지 상환금에 해당한다.
“세금이 많다는 건 수입이 있다는 것, 페이먼트 부담이 크다는 건 차가 있고 집이 있다는 것 … 그러니 감사하자” 하며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에게는 허탈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매달 아끼고 아끼며 생활해서 겨우 메워가는 모기지 상환금 12개월분이 어떤 사람에게는 하룻밤 숙박료라니 ….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수십억 제3세계 국민들을 기준으로 하면 누군가의 하룻밤은, 돈만 놓고 볼 때 누군가의 20~30년의 삶이다.
2014년 세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꼽혔다. 이번 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핵심의제는 소득 불균형이었다. 총회에 앞서 지난달 포럼은 각계의 세계적 지도자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대 글로벌 위험요인을 발표했다. 소요가 끊이지 않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사회적 긴장이 첫 번째, 소득 불균형이 두 번째 위험한 요인으로 꼽혔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소유욕을 기본으로 하는 제도이다. 아무리 소출이 형편없던 공동 경작지라도 사람 수대로 나누어 소유권을 주면 옥토가 되는 이치이다. 같이 일해서 같이 나눌 때는 마냥 게으르던 사람들이 “네가 일해서 얻는 것은 네 몫”이라고 하면 시키지 않아도 새벽부터 밭으로 달려간다. 공산주의가 망하고 자본주의가 흥한 결정적 차이점이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이상 현상이 생겼다. 존재 보다 소유가 중시되는 풍조이다. 소유욕은 점점 탐욕으로 변하고 있다. 소유욕이 내 밭의 소출을 갖는 것이라면 탐욕은 내 농사 위해 남의 밭 짓밟기, 남의 곡식 훔치기를 서슴지 않는 것.
자본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본을 불려 거대자본이 되고, 거대자본은 권력이 되어 정치를 좌지우지함으로써 더 더욱 거대해지는 것이 지금 우리 세계의 모습이다. 기술 혁명과 세계화가 새로운 요인으로 등장하면서 부의 피라밋 꼭대기에 있는 극소수와 밑바닥을 이루는 다수는 삶의 질에서 동시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격차가 크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의 보고서가 격차를 실감나게 한다. 지구촌 최고 갑부 85명이 가진 재산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이루는 빈곤층 35억명의 재산을 모두 합친 것과 같다고 한다. 세계의 인구의 약 1%인 소득상위 6,000 만명은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얼마나 심해졌는지는 최고경영자(CEO) 봉급을 보면 알 수 있다. 과거 대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평사원 연봉의 20~30배였다. 지금은 273배가 되었다. 가구당 소득 격차 역시 엄청나다. 상위 1% 가정의 순소득은 보통 가정의 소득의 288배에 달한다. 1979년 이후 미국의 경제는 배로 성장했지만 그 과실을 부유층이 독식하면서 빈부 격차가 심해진 결과이다.
다보스포럼이 열린 스위스에서는 현재 재미있는 주민발의안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 8만 달러, 인구 800만명의 부유한 소국 스위스도 경제적 불평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고삐 풀린 자본주의와 그로 인한 소득 불균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것이 전 국민 기본소득 제도이다. 인간으로서 보장받는 인권의 일환으로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에노 슈미트라는 화가가 친구와 공동 발의한 이 안은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1인당 매달 2,500 스위스프랑(2,800 달러)을 지급하도록 헌법을 개정하자는 내용이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도 어느 정도의 품위와 안전을 보장받으며 모두 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어서 어떤 일을 한다면 창의성이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현재로서 발의안이 주민투표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85명이 35억명 분의 재산을 가진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절대적 빈곤은 절대적 부가 있어서 생기는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에게 “부로 인간을 지배하지 말고 부가 인간을 위해 봉사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세계의 ‘1%’인 그들이 얼마나 마음에 새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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