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14일, 그가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동료들이 TV 앞에 우르르 몰려 서있었다.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 둘 다 그 학교에 다녔는데 …” 하면서 그는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20살과 24살 청년들(그의 아들들 나이)이 연루되었고 용의자가 그 학교 출신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그는 더 이상 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뉴스를 자세히 지켜보기 위해 일찍 퇴근을 했다. 집에 도착하니 기자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그후 1년 3개월, 그는 살아서 지옥 형벌을 체험하고 있다.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애담 랜자의 아버지 피터 랜자가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언론에 입을 열었다. 유명 저술가인 앤드류 솔로몬이 그를 지난 가을부터 6번 인터뷰해 정리한 내용이 17일자 뉴요커에 실렸다.
자신에게 온 정성을 쏟던 엄마, 순진무구한 어린이 20명, 일면식도 없던 교직원 6명을 총격살해하고 자살한, 악의 화신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20살 청년이 자기 아들이었다는 사실에 그는 수없이 가슴을 쳤다고 했다. 사건을 현실로 실감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는 그는 아들이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아버지로서 그 이상 참혹할 수는 없는 선언이다.
자녀양육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한번 신나게 달리고 끝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돌부리에 채이기도 하고 자갈밭을 지나기도 하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야 할 때도 있다. 가슴 졸이고 애 태우며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 수없이 찾아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이 깊어서 겪는 일이니 부모 된 자들의 운명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밥이 아니라 부모의 기도이다.
그런데 아이가 심신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 자녀양육은 단순한 마라톤이 아니다. 철인 10종 경기쯤 된다. 특히 요즘 부쩍 주목 받는 것이 자폐증이다. ‘자폐의 시대’라고 할 만큼 자폐아가 많다. 연방질병 통제국에 의하면 미국의 학령기아동 50명 중 한명이 자폐아이다. 성별로는 남자 자폐아가 여자아이에 비해 4배나 많다.
한편 국가별로는 한국이 자폐증 많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어린이 38명 중 한명이 자폐아이다. 주변의 한인친지들 중 자폐 아들을 키우는 부모가 세 커플이나 되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자폐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특성에 결함이 생긴 병이다. 뇌의 이상으로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나 감정교류가 안 된다. 눈도 맞추지 않고 웃지도 않으며 서너살이 되도록 말문이 안 트이는 아이 앞에서 부모가 느끼는 절망감은 보통 부모들이 상상하기 어렵다.
샌디훅 사건의 범인 애담은 13살 때 자폐와 유사한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랜자 부부 특히 엄마인 낸시는 아들을 제대로 키워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던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아버지로서 뭘 어떻게 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회한에서 피터는 벗어날 길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번 케이스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자폐아 부모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첫째, 아이의 공부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 아들이 중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자 랜자 부부는 홈스쿨링을 시작했다. 당시 애담을 진단했던 예일대학 소아 연구센터의 한 정신과 의사는 “부부가 아들의 공부만 너무 걱정하는 것 같아 염려스러웠다”고 했다. 또래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배우는 것이 가장 필요한 데 랜자 부부는 홈스쿨링을 함으로써 그런 기회를 차단했다.
둘째, 정확한 진단이다. 자폐와 폭력성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한다. 피터 역시 아들이 폭력의 피해자가 될지언정 가해자가 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에 너무 방심한 나머지 혹시 숨어있었을 지도 모를 정신분열증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 18살이 넘으면 독립하게 한다. 관련 기숙시설에 들어가 비슷한 장애우들과 함께 살면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하라는 것이다. 과보호는 종종 부모에 대한 증오를 낳는다. 애담이 엄마를 살해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세상의 꽃들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이름 없는 풀꽃도 있고 화려한 장미도 있다. 풀꽃은 풀꽃으로서, 장미는 장미로서 구김살 없이 살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것이 자녀와 부모 모두 편안해지는 길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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