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가장 부족한 점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이 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받은 질문이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업에 관한 강연을 한 후 삼성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였다. 그의 대답은 ‘창의성’이었다. 대기업의 틀 안에서 직원들이 거대한 조직의 부품처럼 움직여서는 창의적이기 어렵다는 말이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틀에 갇히지 않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깊이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1970년대 중반 스무살 갓 넘은 그가 재미있는 장난감 만들 듯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 때의 환경이 바로 그러했다. 잡스의 집 차고에서 이렇게 해보다 안 되면 저렇게 하고 또 안 되면 달리 시도해보며 뭔가 세상을 바꾸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엉뚱한 꿈을 꾼 것이 오늘의 거대한 애플의 시작이었다.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그는 대기업에 밀려 성공하지 못할 거란 생각을 버리고 소망과 열정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확실하고 안전한 길, 불확실하지만 가능성이 열려있는 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대학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요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문제이다. 전자가 대기업 취직이나 전문직 같은 것이라면 후자는 창의성을 살리는 어떤 모험적인 일이 될 것이다. 전자가 예측 가능한 온실 같은 틀이라면 후자는 미개척의 삼림 같은 곳. 잘못 발 들여 놓았다가 어떤 어려움을 당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개는 전자를 선택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인부모들이 자녀를 의사나 변호사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의과대학을 보면 미 전국의 의대 지원자 중 아시안이 65%에 달한다. 2011년 기준 캘리포니아에서 UC 버클리 의대 지원자 중 64.3%, UCLA 52.9%, UC 샌디에고 55.5%가 아시안이었다. 결국 아시안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서 아시안은 타인종에 비해 성적이 더 좋아야 합격을 할 수가 있다.
아시안 혹은 한인들이 의학에 유난히 관심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학에 대한 열정으로 의사가 되려는 지원자들이 있는 반면 의사라는 직업의 안정성에 끌린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나 법대, 대기업으로만 몰리는 것이 아쉽다. 불확실하지만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을 택한다면 자신으로 보나 사회로 보나 낫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다. ‘안정’ 대신 ‘열정’을 선택하는 것인데 이 경우 성공하려면 친해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실패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창립자인 지미 웨일스는 자칭 실패 잘 하는 사람이다. 그가 전 세계를 돌며 하는 강연의 주제가 바로 ‘실패’이다. 실패를 잘 한 덕분에 위키피디아를 만들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원래 주식 중개인이었다. 1990년대 중반 시카고에서 주식 중개 일을 하던 그는 인터넷에 심취해 직장을 그만 두고 회사를 차렸다.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첫 실패작은 온라인 주문 시스템. 직장인들이 전화로 음식 주문하는 것을 보며 그는 온라인 주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너무 앞서갔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메뉴를 인터넷에 올려 주문을 받자고 제안하자 식당 주인들은 그를 외계인 보듯 했다.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다음 3Apes라는 검색 엔진을 만들었지만 실패했고, 이어 시도한 온라인 백과사전 뉴피디아 역시 실패였다. 하지만 뉴피디아가 발판이 되어서 2001년 위키피디아가 탄생했다. 5년 동안 3차례의 모진 실패를 거친 끝에 거둔 성공이었다. 대기업에서 계속 일했다면 하지 않아도 되었을 실패를 맛본 대신 주식 중개업에 안주했다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성취를 그는 이뤄냈다.
실패와 친숙한 인물로는 토마스 에디슨이 대표적이다. 발명왕 에디슨은 백열전기 램프, 축음기, 영사기 등 발명특허가 1,093건에 달한다. 뭔가를 하나 발명하려면 수없이 많은 실패는 기본이다. 하지만 그는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는 700번 실패한 게 아니다.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그 700번의 방법이 맞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맞지 않는 방법들을 다 제거하고 나면 맞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안전하게 연안을 돌 것인가 먼 바다로 항해를 떠날 것인가. 인생이라는 배로 어떤 항해를 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단, 진정한 성공은 폭풍우와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멀리 멀리 항해하는 도전정신이 있을 때 가능하다. 우리 모두 좀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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