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수상 아돌프 히틀러는 어릴 적부터 쌓은 유대인에 대한 적대감을 지도자가 되고 나서 그대로 표출했다. 그의 강한 인종차별적 증오심은 그가 부르짖은 주장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나는 존경하는 자만을 사랑하고 알고 있는 것만을 사랑한다.” 그리고 “동일한 피는 공통된 국가에 속한다”면서 독일의 피는 아리아족 하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히틀러는 독일의 세계 1차대전 패전의 원인이 유대인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독일의 국가경제와 언론 등 거의 모든 면을 장악하고 있는데 대한 반감으로 600만명의 유대인 대학살을 저질렀다. 이를 보면 증오심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현재 미국 댈러스에서 일어난 백인 경찰 흑인 총격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미 전역으로 흑인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흑인이 경찰 5명을 조준 사격, 숨지게 한 사건은 비록 대형사건은 아니지만 증오심에서 빚어졌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가해흑인은 경찰과의 대치상황에서 “백인경찰을 죽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증오심을 가진 흑인이 사방에서 늘어날 경우 그 여파는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1992년 LA에서 일어난 4.29폭동이 바로 그랬다. 지금 전국적으로 번져나가는 흑인시위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백인경찰이 범인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흑인은 물론, 백인도 총격으로 죽을 수 있다. 그런데 늘 흑인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아직도 흑인과 백인사이에 인종차별이나 갈등의 요소가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말콤 X의 흑인인권 운동의 결과 백인의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양파는 장미밭에서 피어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늘날은 양파밭에서 장미가 피는 시대가 되어 흑인 버락 오바마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까지 되었다. 이 시대는 이제 킹 목사가 꿈꾸던 것처럼 백인과 흑인사이에 피부색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뿌리는 남아있다.
이번 댈러스 사태를 흑인들이 계속 백인과의 인종문제로 끌어갈 경우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미국의 흑백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번 사태를 명쾌하게 풀 수 있을까. 설사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폭력, 폭동이나 복수극, 즉 ‘이에는 이’ ‘칼에는 칼’로 확산되면 안 된다. 한 가지 방법은 쌍방 간의 대화와 타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는데 사회질서를 위해 강력함도 필요하지만 타협을 이끌어내는 방법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오바마는 2009년도 하버드대 흑인교수가 자기 집에 들어가다 가택 무단침입으로 백인경관에 체포되고 이로 인한 사태가 심각해졌을 때 양측을 백악관으로 불러 인종갈등 문제를 멋지게 푼 일이 있다.
흑백대립이 고조되면서 경찰살해 협박에 총격전까지 마치 폭풍전야처럼 후폭풍이 거세다. 타오르는 증오심을 멈추게 하려면 그 원인을 알아서 거기에 합당한 이해를 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유서 깊은 감리교회에서 백인우월주의자가 쏜 총격으로 무고한 흑인 9명이 숨진 사건에서 보여준 사례는 묘안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증오를 불러올 것이라는 긴장과 불안 속에서 찰스턴 주민들이 가해백인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용서해서 치유하는 쪽으로 승화시킨 사건이다. 이 힘은 인종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사회의 풀 수 없는 흑백 문제, 인종갈등의 깊은 상처를 해결하는 단초가 되면서 미 전역에 큰 감동을 주었었다.
이번에 백인 경찰 살해를 주장한 한 흑인은 “흑인의 생명이 소중해질 때까지 누구의 목숨도 소중하지 않다”고 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 “모든 인간의 목숨은 다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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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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