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6일 대통령후보 1차 TV토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토론은 코미디를 연상 시킬 정도였다. 트럼프는 토론의 기본마저 망각한 채 킁킁거리고, 중얼거리고, 끼어들기를 계속하면서 민주당 대선후보 클린턴의 발언을 방해했다. 공개석상에서조차 상대후보를 무시하는 사람이 의회와 각료와 국민을 존중하면서 화합의 정치를 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걱정됐다. 클린턴은 ‘Preparation H’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고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냈지만, 유권자들은 아직도 클린턴을 인간적으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후보들의 자질과 국가비전 검토를 목적으로 한 1차 토론의 주제와 형식에 두 후보 모두 부합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좌충우돌하며 선거유세에서 보여줬던 돌발행동과 비이성적 충동질로 일관했다. 논리 없는 주장을 비전과 혼동하고 있었으며, 상대후보와 전임자에 대한 비난이 정책공약을 대신했다. 국정경험이 다양한 클린턴도 그녀가 이끄는 미국이 과거와 어떻게 다를지 잘 보여주지 못했다. 여성과 흑인, 그리고 인종과 중소사업자를 강조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낮춰서 기업의 해외이전을 막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증세를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두 후보의 유세내용과 일치한다. 트럼프 캠페인은 현행 35% 법인세 최고세율을 15%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S-Corp이나 파트너십 소득도 15%로 세금상한선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해외 투자회사가 이익잉여금을 미국으로 반입하면 한시적으로 10%만 과세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현행 법인세법상 해외투자법인의 이익은 미국으로 반입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송금된 해의 수입으로 간주되어 최고 35%의 법인세를 내야한다.
클린턴은 소득이 500만 달러를 넘는 개인에게 4%의 세금을 추가로 내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전체 납세자의 0.02%가 이에 해당된다. 트럼프는 세율을 12%, 25%, 35%의 세 구간으로 단순화하겠다고 공약했다. 35%~39.6%의 세금을 내는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낮춰주고, 10%의 세금을 내는 저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도이다. 동시에 고소득자의 두려움인 AMT와 투자소득세(NIIT)를 영구히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오바마케어 폐지도 트럼프 공약중 하나이다.
이밖에 트럼프는 증여와 상속세의 완전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후보 클린턴은 현재의 545만달러 면세한도를 350만달러로 축소시키고, 40%의 증여세율을 45%로 높일 것이라고 공약했다.
두 후보의 세금관련 공약은 각 당의 전통적인 정책방향과 일치한다.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세금정책을 계승하고 심화시키겠다는 맥락이다. 트럼프는 부자감세를 통해서 추가투자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저소득층도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제개혁은 모든 국민이 주목하는 공약이다. 경제환경을 바꾸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감세가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개인적 희망일 뿐, 역사도 학계도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기업은 세금이 높더라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곳에서 사업을 한다. 미국인은 멕시코 불법체류자들의 일자리를 탐내지 않는다. 클린턴의 정책은 21세기 들면서 정책적, 학술적 지지기반을 높여가고 있지만, 기득권층의 자발적 참여를 유발시키려는 의지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결국 두 후보는 자신의 지지층을 결속시키며 선거를 위한 정치를 지향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설득하고 끌어안아 국가적 힘을 모으는 화합의 정치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능력도 자제력도 없는 게걸스러운 사업가를 선택하기도, 노회한 정치인을 선택하기도 부담스러운 선거이다. 미국인들의 선택은 한 달 후면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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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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