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버지니아 주에서 높이가 100미터가 되는 그런 폭포를 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레이트 폴스가 엄청나기는 해도 옆으로 넓을 뿐 물이 떨어지는 폭은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 그렇게도 긴 물줄기의 폭포를 여기서 만났다.
“높이가 100m 되는
폭포를 볼 줄이야”

셰넌도어 국립공원의 화이트 오크 캐년 폭포 중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1번 폭포로 일명‘비룡폭포’. 높이가 100m나 된다.
모두 6개의 폭포가
셰넌도어 국립공원에 있는 화이트 오크 캐년(White Oak Canyon) 폭포. 거기에는 여섯 개의 폭포가 있는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1번 폭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여섯 개의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화이트 오크 캐년 트레일(White Oak Canyon Trail)을 이용하게 된다.
이 트레일의 최상단은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와 연결되어 있는데, 마일포스트(MP) 42와 43 사이에 트레일 입구(trailhead) 주차장이 있다. 트레일의 아랫쪽은 600번 지방도로인 위클리 할로우 로드(Wheakley Hollow Road) 옆에 있는 화이트 오크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올드 레그 방화도로(Old Rag Fire Road)로 가는 길 왼편에 이 트레일의 아래쪽 출발지인 화이트 오크 주차장(White Oak Canyon Lower Parking Lot)이 있다. 이 화이트오크 캐년, 때로는 커다란 바위 위를 건너고 때로는 바위 틈 사이를 헤쳐 나가는 재미로 유명한 올드 렉(Old Rag)산 부근에 있다.
중고생들의 산중 물놀이
지난여름에 이 화이트 오크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화이트 오크 캐년 트레일 옆에 있는 시더 런 트레일(Cedar Run Trail)을 갔었는데 그 때 퍽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떤 사립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작은 스쿨버스 두 대 그리고 일반 차량 몇 대로 나뉘어서 물놀이를 온 것이었다.
‘아니, 이 깊은 산 중에 물놀이라니?…’하고 의아해했다. 이정표를 살펴보니 수영복 차림의 그들이 내려온 곳이 로우어 화이트오크 폴스(Lower Whiteoak Falls) 방향이었다. 그래서 이 가을에 그 궁금함을 풀기 위해 그들이 내려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보기로 한 것이었는데, 그러다가 그 길의 끝에서 물이 떨어지는 높이가 100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폭포를 만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던 것이었다.
입장료와 지도
올라가는 산행은 위클리 할로우 로드 옆에 있는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주차장에 들어서면 야외용 화장실이 보이는데 거기서 30미터쯤 더 들어가면 작은 주차장이 또 있고 거기에 국립공원 초소가 있다. 여기서 부터는 셰넌도어 국립공원 관할구역이므로 입장료를 내야한다. 초소에 직원이 없는 경우에 대비해서 트레일 입구에 입장료 자율납부용 봉투와 그 봉투를 넣을 수 있는 작은 함이 준비되어있다.
맨 처음 하는 일은 산행 정보 수집. 일단은 지도 챙기기. 초소 벽에 지도가 비치되어 있으니까 일단 하나 챙기고, 트레일 입구 왼쪽에 여러 가지 정보가 있는 게시판이 있으니 잘 읽어보고 또 스마트 폰으로 촬영도 해두고. 전화기 얘기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여기는 전화가 되지 않는 곳이다. 강제로 세상과 떨어져서 지낼 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 되리라.

일명 ‘짝사랑 폭포’ , 일명 ‘쌍룡폭포’, 643번 지방도(Etlan Rd)와 231번 지방도(F. T. Valley Rd)가 만나는 곳에 있는 앤틱 샵(Old Raggedy Ann Antiques).(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바람과 물을 따라 걷는 길
주차장을 출발해서 트레일로 접어들면 이제 출발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이 가뿐하다. 그러다 5분 정도 지나면 이정표를 만나고 거기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으로 가면 시더 런 트레일로 가고, 오른쪽으로는 우리가 갈 화이트 오크 캐년 트레일. 여기서 로어 폴스까지 1.2마일.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을 걸으면서 왼쪽 편으로 눈길을 주면 거기 물이 흘러가는 게 보인다. 이렇게 계속해서 물을 따라 걷는다는 게 이 트레일의 특징.
이정표에서 20분쯤 지나면 ‘여기서 부터는 캠핑을 할 수 없다’는 표지판을 만난다. 여기에 있는 왼쪽 물줄기에는 징검다리가 놓여있는데 그 징검다리를 건너면 시더 런 트레일로 연결되는 트레일(Cedar Run Link Trail)이 있다.
캠핑 금지 표지판을 지나 계속 가던 길을 계속 가면 잠깐 경사가 있고 그 경사를 지나면 다시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길에 깔린 낙엽이 많이 바스러져 있는 것인데, 이것으로 보아 퍽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선선히 부는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자유 낙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이것이 가을산행의 즐거움이다.
6번 폭포
캠핑 금지 안내판을 지나면 길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경사가 많이 진 길로 바뀐다. 20분쯤 걸으면 드디어 첫 번째 폭포가 나타난다. 여기 폭포에는 이름이 없다. 트레일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는 트레일 옆에 검은 점 여섯이 찍혔을 뿐이다. 구글 지도에서도 로빈슨 강(Robinson River)에 상단 폭포(Upper Whiteoak Falls) 세 개, 하단 폭포(Lower Whiteoak Falls) 두 개가 표시되어있을 뿐이다. 다만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폭포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 있는 이정표에 #2라는 표시가 있는 것을 보아 ‘여기서는 그냥 번호를 붙이는가 보다’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낮은 곳에 있는 것을 6번(#6) 폭포라고 부르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을 1번 폭포(#1)라고 부르기로 한다.
맨 처음 만난 6번 폭포는 경사가 40도 정도, 전체 길이 10여 미터, 낙폭 5미터도 안 되는 작은 폭포로서 폭포라고 봐야할지 망설여지지만 트레일 입구에 있는 지도에 의하면 이게 첫 번째 폭포가 될 것 같다. 이 폭포 앞에는 소(沼)가 형성되어 있어서 여름날에 청소년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폭포를 보러 왔다면 다소 실망일 수 있겠으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쌍룡폭포
6번 폭포를 지나면 곧 이어 만나는 것이 5번 폭포. 이 폭포는 제법 폭포의 모습을 갖추고 있어서 폭포라고 불릴 만하다. 높이 25미터 정도, 경사각 70도 정도. 게다가 물줄기가 둘이다. 왼쪽 물줄기는 가늘고 오른쪽 물줄기는 폭이 넓다. 물줄기가 둘이니까 우리식으로 이름을 붙인다면 쌍룡폭포쯤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여기에 ‘왼쪽은 황룡폭포, 오른쪽은 청룡폭포인데, 이 폭포 밑의 연못에서 용 두 마리가 하늘로 오르기 위해 기다리는데 아랫마을 처녀와 윗마을 총각이 여기에서…’하는 ‘전설 따라 삼천리’ 류의 생각을 이어가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5번 폭포를 떠나 10분쯤 지나면 경사가 60도 쯤 되는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그러니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험로가 시작되기 전인 6번 폭포와 5번 폭포까지만 오면 된다. 지난여름에 보았던 그 학생들도 결국 여기까지만 왔었더라는 얘기. 나머지 네 개의 폭포는 1번 폭포를 향해 가는 길에서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내가 ‘짝사랑 폭포’라고 이름을 붙인 곳이 있는데 계곡이 깊어서 그 폭포로 가까이 갈 수 없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미터 넘는 물줄기의 1번 비룡 폭포
대망의 1번 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곳. 이름 하여 ‘비룡폭포’. 길이 100미터가 넘는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폭포 역시 폭포 밑으로 내려가기에는 계곡이 너무 깊다. 멀리서 감상할 뿐이다. 그러나 이 폭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산행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여름의 폭포는 시원한 느낌을 주고 가을 폭포는 차분하게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다. 쏟아지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은 아스라이 먼 곳으로 떠난다. 옛 도인이 폭포에서 수련하는 게 조금쯤은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 트레일은 대부분의 구간이 물길과 가까이 있다. 또 그 물길의 흐름이 우렁차고 그 우렁찬 소리가 깊은 계곡 안에서 울리기 때문에 산행 내내 커다란 물소리를 듣게 된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산행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지만, 조용한 곳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려는 사람은 가지 않는 게 좋다.
앤틱 샵 구경
산행만으로 조금 부족하다고 싶다면 643번 지방도(Etlan Rd)와 231번 지방도(F. T. Valley Rd)가 만나는 곳에 있는 앤틱 샵(Old Raggedy Ann Antiques)을 들러보는 것도 괜찮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구멍가게 수준은 훌쩍 넘어서니까 옛날 물건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면 구경할 만 하다. 골동품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일행이 골동품 구경하는 동안 길 건너에 있는 가게(The Little Country Store)에 가서 음료수라도 한 잔하시고.
이 폭포들을 만나기 전에 시인 정호승의 ‘폭포 앞에서’라는 다음의 시를 한 번 읽어보고 떠나시기를.
이대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
떨어져 산산이 흩어져도 좋다
흩어져서 다시 만나 울어도 좋다
울다가 끝내 흘러 사라져도 좋다
끝끝내 흐르지 않는 폭포 앞에서
내가 사랑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내가 포기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이제 증오마저 사랑스럽다
소리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눈물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되어
머무를 때는 언제나 떠나도 좋고
떠날 때는 언제나 머물러도 좋다
산행 메모
●화이트 오크 주차장 좌표: 북위 38.538512 / 서경 78.347954
●애난데일에서 화이트 오크 주차장까지: 86마일 정도, 대략 1시간 50분
●주차장에서 첫 번째 만나는 6번 폭포까지 걸리는 시간: 40분
●주차장에서 여섯 번째 만나는 1번 폭포까지 걸리는 시간: 2시간 30분
●1번 폭포에서 주차장까지 내려오는데 걸리는 하산 시간: 2시간
●주의: 600번 지방도를 따라 화이트 오크 주차장 가까이에 가면 왼쪽에 $10이라는 표지가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이곳은 사설 주차장이다. 여기서 5분도 못가서 왼쪽에 국립공원 관리의 화이트 오크 무료주차장이 있다.
<
김성식(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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