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이민정책 등 한인사회가 직면할 현안에 촉각
▶ 한국관련 발언에 우려...“큰 변화없다” 시각도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이 확정된 후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공화)가 8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데 대해 워싱턴 한인사회는 당황감과 놀람을 감추지 않았다. 그가 변화를 통해 새로운 미국을 이끌며 경제 살리기 등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한편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과 대한(對韓) 안보정책 급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넘실거렸다.
임소정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은 “지난 8년간 미국에 사는 시민들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며 “그렇지만 정치를 한번도 안 해본 사람에게 미국과 세계의 리더십을 맡기는 걸 보고 그래도 미국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그동안 한인들의 스몰 비즈니스는 물론 가정 경제도 매우 힘든데다, 제가 보험사를 운영하면서 보니 오바마 케어로 인해 중산층들이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 트럼프의 당선으로 경제가 좋아졌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류재풍 로욜라대 명예교수(사회학)는 “트럼프의 당선 소식에 대단히 놀랐다”면서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만 그의 발언과 행적을 감안하면 한인사회에 좋은 소식은 아니며 특히 미국의 한국 정책이 어떻게 변할 지가 가장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류 교수는 또 “트럼프의 아메리칸은 모든 미국인을 포함하는 게 아니라 백인과 개신교 등 협의의 아메리칸이기에 이젠 그가 시각을 넓혀 훌륭한 미국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면서 “또한 지금 국정공백 상태인 한국정부와 국회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안 요소를 자각해 조속히 정국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며 단결된 모습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인탁 변호사는 “이것은 evolution(진화, 발전)이 아니라 Revolution, 즉 혁명이다”면서 “울분에 찼던 백인 중산층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이라고 이번 대선 결과를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 미국인들은 미국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잘 살자는 아메리칸 밸류(American Value)를 갖고 있었는데 트럼프는 이 미국의 가치를 뒤엎었다”면서 “이민자나 이슬람을 거부하는 정책 등은 미국의 가치와 상반되는 것으로 트럼프를 위시한 미국의 보수는 기존과 전혀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이어 “거대한 미국이 트럼프 재임 4년간 당장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한인들은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임기가 4년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백성옥 메릴랜드 한인회장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이 원하는 대통령이 됐다”며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 2세들을 비롯한 한인들도 적극 참여해서 한인사회와 한국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백 회장은 이어 “트럼프가 선거과정에서 쏟아낸 한국 관련 발언에 한국 정부는 불안감과 함께 어떤 정책변화를 초래할지 혼란에 빠져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은 미국의 한인들이 제 목소리를 내 한국에 도움이 되는 대통령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석 워싱턴 성공회 신부는 “여러 예측과 달리 트럼프 후보가 당선돼 놀랐다”며 “반대 측도 포용하는 대통령이 되고 여론에 드러나지 않는 제3의 정치적 견해를 가진 미국인들이 있다는 걸 잘 인식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신부는 또 “지구 온난화와 노동 세계화, 경제적 갈등 등 21세기의 비전에 대해 깊은 성찰이나 철학을 보여주지 못한 후보가 당선돼 우려가 크다”며 “불투명한 세금이나 도덕적 문제 등으로 비호감을 준 후보가 당선돼 앞으로 미국사회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존경이나 긍정적 지지가 사라지고 심리적 반발과 거부 같은 정치적 냉소주의가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해롤드 변 버지니아 아시안공화당 의장은 “이건 인간의 힘으로 될 수 없는 신이 역사한 드라마”라며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혼자서 싸워 당선됐다”고 반겼다. 변 의장은 “트럼프 후보의 승리의 요인은 오바마 집권 8년 동안의 정책에 반대해 그간 투표를 않던 이들이 기성 정치권을 한번 엎어야 한다면서 소리 없는 다수가 들고 일어난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당을 떠나 법의 가치를 존중하는 헌법정신과 전통을 지키려는 정신이 강한데 힐러리의 거짓말과 법을 어긴 것에 대해 심판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변 의장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와 한미 FTA 재협상 등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내놓은 발언에 대해서는 “선거 공약일 뿐 한미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테니 한국에서 너무 걱정하거나 요란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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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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