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미가제 비행기서 우주왕복선까지 ‘진품’ 전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웅장한 자태.
추수감사절이 다가왔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하늘과 우주를 찾아가보면 어떨까? 물론 하늘과 우주를 직접 날아본다는 뜻은 아니고 항공우주박물관을 찾는 걸 말한다. 만약 먼 곳에서 방문한 친지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고. 이 지역에는 항공우주박물관이 두 군데나 있다. 워싱턴 DC와 버지니아주 샌틸리. 둘 다 스미스소니언 소속이다. 이번에는 버지니아 샌틸리에 2003년 개관한 우드바-헤이지 센터(Steven F. Udvar-Hazy Center)를 집중 조명하기로 한다.
6천만불 기부로 건립
이곳은 애난데일에서 20마일이고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덜레스 공항 부근이다. 10층 높이의 격납고를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 안에 엄청나게 많은 비행기가 있다. 초속 340m로 날아가는 소리 보다 세 배나 더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기,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전략폭격기, 보통의 여객기 보다 두 배나 더 빨리 날아가는 초음속 여객기가 유명하다.
게다가 우주왕복선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대표적으로 열거한 것은 모형이나 복제품이 아니다. 모두 진품이며 우주왕복선은 실제 우주를 다녀온 바로 그 비행기이다. 복제품은 손으로 꼽을 정도 밖에 안 된다.
여기서 먼저 한 가지 짚고 가자. 우드바-헤이지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출신 이민자로서 미국 항공업계에 종사했는데 스미스소니언이 워싱턴 DC에 항공우주박물관을 만들 때 6천만 달러를 기부(당시 개인 기부액으로서는 사상 최고)했고 나중에 6백만 달러를 추가로 기부한 사람이다. 그를 기념해서 샌틸리 건물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B-29 전략폭격기 에놀라 게이.
4개 공간으로 구분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박물관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초음속의 블랙 버드로 대표되는 항공(air) 부문 전시장,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로 대표되는 우주(space) 부문 전시장, 덜레스공항으로 진입하는 비행기가 바로 앞에서 보이는 360도 전망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맥스 극장.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보안검사를 하게 된다. 보안검사라고 해서 무슨 거창한 것은 아니고 가방을 열어보는 정도. 그러므로 가방이 없는 경우에는 줄을 서지 않고 지나쳐서 들어 가면 된다. 보안검사대 옆에 휠체어가 여러 대 준비되어 있어서 신분증을 제출하면 무료로 빌려준다. 그러니 노약자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다.
보안검사대를 지나면 오른쪽에 안내소가 있는데 여기서 일단 무료 안내지도를 챙기는 것은 필수. 전시장 곳곳에 안내도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손에 한 장 쥐고 있으면 편리하니까. 안내소 옆의 복도는 아이맥스 극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이고 극장 매표소가 있다. 반대편 복도에는 기념품 가게와 맥도널드 매장이 있다. 맥도널드 출입구에도 안내문이 붙어있지만 음식은 식당 안에서만 먹어야하고 전시장에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10층 높이 격납고
안내소를 지나 스무 걸음쯤 더 걸어가면 서 있는 그곳이 2층임을 알 수 있다. 내려다보면 블랙 버드와 마주하게 되고 눈을 들면 저 멀리 왕복우주선 디스커버리호가 보인다. 거기 서서 좌우를 살펴보면 전시장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이 전시장은 건물 10층 높이의 격납고인데 B-29 전략폭격기 정도 크기의 비행기 6대가 있고 그 외에 수많은 전투기, 폭격기, 민간항공기, 헬리콥터, 글라이더, 행글라이더가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열기구 바구니, 비행선 자료도 볼 수 있다. 전시물은 바닥에 놓여있기도 하지만 많은 전시물이 공중에 매달려 있어서 퍽 입체감이 있다.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이제는 항공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맨 처음 만나는 것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여기 전시된 것은 모형이 아니라 1984년부터 2011년 까지 실제 우주를 비행하면서 133건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바로 그 실물이다.
위성궤도에 39번이나 올랐고, 우주에서 도합 365일 있었고, 비행거리만도 2억 4천만km(1억 5천만 마일)인 그 녀석을 직접 만나는 감동. 이번 추수감사절이 기억에 남게될 이유이다. 본체외부는 열차단에 최우선을 두었다. 길이 37m, 폭 24m, 높이 17m, 무게 73톤.
항공전시장에는 우주왕복선 말고도 인류 최초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를 생각나게 하는 여러 가지가 전시물도 있고, 로켓도 있고 공중에는 세틀라이트도 여럿 매달려있다. 항공전시장 2층 관람로 반대편에서는 항공기 복원작업이 한창인 복원장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비행기 한 대 복원하는데 2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항공관제탑
이제는 항공관제탑처럼 생긴 곳(tower)을 가보자. 탑의 7층은 360도를 볼 수 있는 전망대인데 여기서는 마치 항공관제사가 된양 사방을 살펴보자. 그래도 되는 것이 인근 덜레스 공항에 줄지어 착륙하는 비행기가 탑의 양 옆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승강기 안내원의 설명에 의하면 날이 맑은 날은 여기서 저 멀리 블루리지까지 보인다고 한다.
6층은 항공관제 관련 전시실인데 런웨이(runway)와 택시웨이(taxiway)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고, 런웨이 번호는 1에서 36까지 있는데 그 번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항공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른 표준시를 쓰는데 그게 CUT(Coordinated Universal Time)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물론 호기심 있는 사람만.
이 탑으로 가려면 안내소 밑의 1층으로 내려가서 승강기를 탑승한다. 승강기는 관람객을 7층 전망대에 내려놓는데, 전망대에서 구경을 마친 후 다시 승강기를 타면 이번에는 6층에서 내려준다. 6층을 구경한 후 다시 승강기를 타면 마지막으로 2층에서 내려준다. 2층에서 관람객이 모두 내려 비게된 승강기는 1층으로 내려가서 새로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렇게 일정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동시켜서 혼잡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이맥스 영화관
2층에서 승강기를 내리면 거기가 바로 아이맥스 영화관이다. 아이맥스. Image MAXimum의 약자. 인간이 볼 수 있는 그 한계치까지 보여주는 영화. 평생에 한 번 쯤은 봐야하는 영화. 입장료는 일반(13세-59세) 9달러이고 나머지는 할인이 있다. 과학영화가 아닌 일반 헐리웃 영하는 일반이 15달러에서 시작한다.
무료 체험시설
전시장 안에는 체험시설이 여럿 있다. 무료체험시설로는 세스나기 조종석 체험과 라이트형제가 발명한 비행기의 조종체험이 있다. 세스나기 조종석 체험은 세스나기 실물의 조종석에 앉아서 조종간을 움직여보고 페달을 밟아봄으로써 비행기의 방향키, 보조날개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비행기가 어떻게 방향을 바꾸는지 배울 수 있다.
라이트형제 비행기 조종체험은 라이트형제 비행기의 조종간을 조작해보는 비디오게임 같은 것인데, 그 옛날의 조종간은 지금의 것과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체험은 1900년대 초반의 키티 호크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유료체험시설로는 실제 비행기를 타고 조종하는 것 같은 기분을 주는 모의비행장치가 있는데, 비행기 비디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10불(사격까지 하면 20불)의 비용이 후회가 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8불이라고 하는데 타보지 않아서 모르겠고.
안내 투어
전시장에는 안내 투어가 있는데, 이 역시 무료다. 투어를 마쳤을 때 진심어린 감사의 박수를 쳐주면 된다. 개장이 10시인데 10시 30분에 첫 투어가 시작된다. 투어 전체 시간은 1시간 반인데 2시간은 넘지 않는 것 같다.
안내는 NASA 출신, 조종사 출신 등 항공업계에 종사하다가 은퇴한 사람들이 맡는데, 전체적으로는 안내하는 내용이 같겠지만 안내인 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처음 가는 사람은 일찍 도착하여 일단 안내를 받아 투어를 하고 그 후에 자유롭게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인터넷에 의하면 안내 투어는 하루에 두 번이고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는데 최근에 가본 경험에 의하면 안내인이 풍부해서 수시로 출발하는 것 같고, 안내인 한 사람이 많게는 10명 내외 적게는 서너 명을 안내하는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운용하는 듯하다. 안내 데스크는 블랙 버드 옆에 있다.

최초의 민간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위).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자살폭탄비행기(왼쪽 아래). 우드바-헤이지 항공우주박물관 전경.
■항공부문 전시장에서 반드시 보게 되는 비행기
블랙 버드 정찰기
잘 만든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볼 때 ‘예술이군…’이라는 생각이 들듯이 군더더기 없는 뾰족한 삼각형을 한 이 비행기를 볼 때도 같은 생각이 든다. 차가운 예술품. 이 비행기의 최고 속도는 시속 3,620km(2,250마일), 음속의 3.3배.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가 시속 8마일 정도였다는데 100년도 되지 않아서 시속 2,000마일을 넘었으니 참 대단한 발전이다.
여기 전시되어 있는 블랙 버드의 마지막 비행이 1990년 3월에 있었는데, LA에서 워싱턴 DC 까지 걸린 시간이 64분 20초. 시속 3,418km(2,124마일). 굉장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 비행기의 길이는 32.7m, 폭은 16.9m, 높이는 5.6m.
B-29 전략폭격기 에놀라 게이(Enola Gay)
비행기에 써놓은 에놀라 게이는 이 폭격기 조종사(Paul Tibbets)의 어머니 이름(Enola Gay Tibbets)이다. 이 비행기가 유명한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인 1945년 8월 6일에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최초의 핵폭탄인 꼬마(Little Boy)를 투하한 바로 그 비행기이기 때문이다. 길이 30.2m, 폭 43m, 높이 9m.
군용이 아닌 민간여객기로 첫 음속 돌파 콩코드(Concorde)기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이 비행기는 음속의 두 배의 속도로 비행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79km(1,350마일). 1976 부터 2003년 까지 대서양을 넘나들던 이 비행기의 길이는 61.7m, 폭은 25.6m, 높이는 11.3m. 비행기의 뾰족한 앞부분이 밑으로 내려앉았다는 것, 날개가 삼각형이라는 것, 유리창이 몹시 작은 것이 특징.
가미가제 비행기
여기는 미국 비행기만 있는 것 아니라 다른 나라 비행기도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의 특공대용 자살폭탄 비행기도 있다. 벚꽃의 일본어인 오카 기종. 비행기라기보다는 사람이 조종하는 폭탄. 본체에 바퀴가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다시피 혼자서 이륙하지 못한다.
모기(母機)인 커다란 비행기에 장착되어 목표 가까이 날아간 후 모기에서 분리되어 자체 로켓엔진으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폭탄.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고 떠나는 슬픈 존재. 길이 6.9m, 폭 4.1m, 높이 1.2m.
재미있는 비행기도 있다
하늘을 날 때는 비행기였다가, 땅에 내려서는 자동차로 변환되는 에어피비언(Airphibian). 착륙 후에는 앞에 붙은 프로펠러를 떼어내고 동체를 분리한 후 앞부분으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되는 그런 비행기가 있다.
장난감처럼 생겼지만 1950년에 정부당국의 허가를 얻은 정식비행기이다. 총길이 6.8m(자동차만은 3.8m), 폭은 10.2m(자동차 윤거는 1.8m), 높이는 2.3m(자동차는 1.5m). 최고시속은 192km이지만 보통 160km(100마일)이고 자동차의 속도는 90km(55마일) 정도.
여기서 비행기 역사가 바뀔 뻔한 얘기 하나
라이트 형제가 1903년에 인류최초의 비행기를 띄웠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들이 성공하기 9일 전에 Aerodrome A라는 비행기를 띄우려한 랭리(Samuel Langley)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시도한 곳이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 만일 그가 성공했더라면 인류 최초의 공항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키티 호크가 아니라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이었을 것이다. 길이 16m, 폭 14.8m, 높이 3.5m의 이 비행기는 1920년 이전의 비행기만 모아놓은 전시장의 공중에 매달려있다.
랭리의 비행기 밑에 라이트 형제가 1908년에 미국 육군의 의뢰로 만든 첫 번째 군용기 복제품이 있다. 이 비행기는 기술적 문제로 추락했고, 사상 첫 항공기 사고 사망자를 냈다. 그들의 그 다음해 새로운 비행기는 비행에 성공했고 육군에 3만 달러에 팔았는데, 이 최초의 군용기는 워싱턴 DC의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개장에 관한 정보
오전 10:00 부터 오후 5시 까지 (단, 성탄절은 휴관)
●비용에 관한 궁금증.
- 입장료 없음.
- 주차료 있음. 대당 15달러. 선불제. 신용카드 사용 가능. 4시 이후에는 무료. 그리고 30분 이내에 나가면 환불(항공우주에 관심없는 사람의 라이드가 있으면 주차도 사실상 공짜). 시내버스가 다니기는 하지만 여럿인 경우에는 그 비용이나 주차료나 비슷할 듯.
- 주요 신용카드: 주차, 아이맥스 극장, 기념품 매장, 맥도널드, 유료 체험 시설 등 구내의 모든 시설에서 사용 가능
●주소: 14390 Air and Space Museum Parkway, Chantilly, VA 20151
●인터넷: www.airandspace.si.edu
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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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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