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0만이 사는 최대 도시 양곤
▶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호한 미얀마의‘예쁜’불상들

군사정권의 최고 실세 딴쉐 장군이 부하 칸뉸 장군을 시켜 지은 사원이다. 부처님 송곳니를 남쪽 몬족에서 빼서 와서 보관한 것을 모신 사원이다. 온통 금으로 되어 있다(왼쪽). 독립 기념 공원(오른쪽 위). 시청(오른쪽 아래).
버마와 미얀마의 차이
양곤은 본래 영국인들이 랭군으로 불렀으나 후에 미얀마 군부에서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동시에 랭군도 양곤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인즉 영국이 미얀마를 침공해서 식민지화 할 때에 한 번에 식민지화한 것이 아니라 첫 번째는 이곳 양곤을 중심으로 남부 일부를 차지했고 나중에 3번의 전쟁 끝에 북쪽에 멘더라이 왕국을 흡수하여 전역을 식민화한 것이다. 그래서 양곤 에야와디 강변에 영국 빅토리아풍의 한 신흥 도시가 시작 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하였기에 지금도 성공회 성당, 총독부 건물 등의 건물들이 타운을 이루어서 행정, 무역, 상업의 중심이 되어 있다.
그래서 양곤은 이제 콘테이너 배들이 들어올 수 있는 이 일대의 근대적인 지역과 불교 사찰들이 즐비한 지역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영국인들이 미얀마에 왔을 때에 처음에는 이곳 사람들이 전부 버마족으로 알아서 나라도 버마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얀마에는 버마족이 제일 많지만 남쪽에 몬족, 타이 접경에 산족, 카린족, 크신족 등 8개의 주요 족 등 모두 135개의 종족들이 살고 있다.
부자들은 전부 군 장성들
양곤에서 첫날 관광은 도시 근대화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인구가 350만 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우선 혼잡한 교통에서 사찰들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물론 큰 도시이기에 불교의 성지 바간에서 보았던 그 순수한 눈동자들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사원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정감이 갈 만큼 평화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 사찰마다 얽혀진 이야기가 군사정권의 잔재가 남아있는 미얀마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좀 자세히 이야기하면 로마의 권력자는 자기의 부를 콜로세움 경기장 짓는데 썼다.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번 격투사들의 생명을 건 시합, 맹수와 격투, 전차 경주 같은 흥행을 벌여서 로마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러한 개념이라할까. 미얀마의 부자는 사실 군부를 장악한 장성들이다. 이들이 불법(?)으로 번 돈으로 주로 사원을 지었다. 부처님이 자기에 불법으로 부자가 된 것을 ‘내가 사원을 짓는 시주를 했으니 좀 봐 주세요’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중 잘 알려진 파고다 몇 개를 소개한다.
로카찬다 파고다
미얀마는 전 세계에서 보석생산이 최고이다. 그런데 한 서민이 비록 값이 좀 떨어지지만 한 덩어리로 된 연옥 1000톤짜리를 발견하였다. 이것을 깎아서 높이 16미터, 600톤의 불상을 만들었다. 군부에서는 자기네들이 큰 공사를 했다고 크게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 연옥을 발견한 사람이 어차피 군부에 빼앗길 것, 누구 좋으라고 하면서 불상 만드는데 쓰라고 내 놓은 것이라 한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한 덩어리의 거대한 불상이다.
차욱탓지 파고다
미얀마가 쓰는 팔리 글자를 내가 읽지 못하니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으나 설명인즉 이곳 어떤 양곤의 시장을 지낸 사람이 대지와 돈을 내 놓아 시작된 부처님이 누워있는 소위 와불(臥佛)이 있는 사원이다. 높이 16미터, 길이 65미터 발바닥에 108개의 문양으로 유명하다. 와불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부처님이 입멸(入滅) 하는 모습이요, 또 하나는 휴식하는 모습이다. 팔베개하는 손의 모습으로 구분하는데 이 불상은 휴식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와불의 눈동자는 싱가포르에서 특별 보석을 써서 만들었다고 한다.
미얀마 불상들의 특징은 그 얼굴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호하다. 미얀마 사람들의 미남자 기준이 예쁘장한 얼굴이란다. 이 와불 또한 얼굴이 그렇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인자한 여성 얼굴이나 가까이 보면 근엄한 남성 얼굴이다(미안 하지만 나는 그런 구분이 안 되었다.)
어찌되었든 이 와불 사원에 부처님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와서 꼭 피크닉 온 듯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참으로 평화스러워 보인다.

67미터의 금박과 유리공예로 된 와불(臥佛). 본래 입적할 때의 와불과 휴식의 와불이 있는데 이 와불은 휴식의 와불이다(왼쪽). 부처 발바닥에 108개의 문양이 있다. 뜻은 모르겠다.
쉐도 파고다
현재 미안마에서 최고 부자는 네윈 장군 이후 장기 집권한 딴쉐 장군이다. 지금도 막강한 권력의 실세이기도 하다. 그가 수상이었던 칸뉸 장군에게 명하여 부처님 송곳니 치아 사리를 모시는 사원을 짓게 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사원이다. 황금 빛 탑, 황금으로 입힌 실내가 화려하다.
쉐다곤 파고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 해도 양곤하면 쉐다곤 파고다이다. 이 파고다는 석가모니와 직접적인 연관으로 유명하다. 2,600 여 년 전 왕과 친분이 있는 형제의 무역상이 인도를 갔다가 석가모니를 만났다. 형이 감화되어 석가모니의 제자가 되겠다고 했단다. 놀란 동생이 석가모니에게 형을 잘 설득해서 고향으로 가게 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해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때에 석가모니가 머리카락 8개를 주었다 한다. 돌아와서 왕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 하니 왕 자신도 자기의 꿈과 이 상인 형제의 이야기가 너무 같아서 석가모니의 계시로 알고 양곤의 평평한 땅에 언덕을 만들고 파고다를 지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처음에는 20미터 높이였으나 이제는 99미터이고 파고다는 수 십 톤의 금으로 입혀져 있으며 7천개 이상의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이 파고다의 금이 미얀마 사람 전부를 3년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단다. 2,600년 전부터 시작된 파고다인지라 12간지의 동물 형상도 있고, 우주의 상징이라는 팔각 건물도 있고, 탄생한 요일마다 해당되는 사람의 소원을 비는 곳도 있고, 동서남북으로 부처님을 모시는 등 중국의 종교관, 샤머니즘, 토속 종교 등이 혼조해 있는 듯 했다. 사원은 아주 넓고, 관광객이 넘쳐서 돌아다보는 것만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샤브샤브와 마사지
양곤에서 둘째 날이다. 나는 민속촌, 그리고 아웅산 묘역 등 현대적 역사가 깃든 곳을 찾다가 미얀마식 샤브샤브 음식을 먹고 밤 비행기를 타려고 비행장 가는 길에 미얀마식 마사지 집에서 안마를 즐기고 있다.
마사지 가게 주인은 한국에서 몇 년간 공장에서 일을 했다는 베트남 사람이었다. 이 베트남 사장에게 배웠는지 간단한 대화가 통하는 작은 체구의 안마사가 안마를 시작한다. 피로가 풀리는 듯 하다. 나는 오늘 들렀던 아웅산 묘역, 그리고 그 옆에 전두환 대통령 방문 시 발생했던 테러로 희생된 분들의 추모비를 생각하다가 나의 생각이 문득 위안부 사진과 인기 드라마였던 ‘여명의 눈동자’로 이어진다. 사실 위안부 사진들이 대부분 이곳 미얀마에서 발견된 것이고, 여명의 눈동자는 그 유명한 임팔작전 전투지역에서 위안부의 참혹한 생활을 그린 드라마이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은 중국에서 발이 묶이고 고전하고 있었다. 그 큰 이유는 인도북부에서 버마 접경을 거쳐 중국의 사천, 곤명으로 보급되는 연합군의 군수품 보급이었다. 이 지역을 장악하려는 일본군이 미얀마의 독립을 도와준다고 아웅산을 꼬드긴다. 이 말에 아웅산이 일본군에 합류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허위임을 깨달은 아웅산은 중국을 도망가서 이번에는 영국군과 합류해서 일본군을 퇴치했다. 그러나 영국 역시 독립이 아니라 영 연방의 한 지역으로 남으라 한다. 아웅산은 다시 미얀마 독립을 위해서 투쟁해야 했고 드디어 독립, 그리고 독립 선포 후 정부를 이끌 첫 예비 내각 회의석상에 뛰어든 테러범에 몇 명의 새 정부의 각료들과 함께 참혹한 최후를 맞는다.
행복의 정의
윤회라는 단어를 되새기며 불교성지를 돌아다녀서 그런가? 위안부의 비극부터 아웅산 묘역의 비극까지 어쩐지 한국과 미얀마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자그마한 안마사의 눈동자 속에서 우리는 과거에 옷자락을 스친 인연이 있지요 하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GNP라는 주술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행복의 정의를 찾아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얀마 사람들이여! 내 얼굴을 읽어라, 언제나 행복하기 바라는 나의 마음을 당신들 눈빛으로 보라는 말이다.
<
글, 사진/ 이영묵 전 워싱턴문인회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