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의 해가 저물고 있다. 늘 그랬듯이 희망과 좌절, 울분이 교차한 한해였다. 특히 동포사회 자체의 이슈보다는 한국에서 불어온 굵직한 정치사회적 이슈들로 인해 한인사회도 들끓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이은 개성공단 전면 폐쇄란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변을 연출한 총선과 사드 배치 논란 그리고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한인들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2016년 한해 워싱턴 한인사회를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 소개한다.<정리 이종국 기자>
1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순실의 비선실세 행각이 드러나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비판하고 주권을 되찾기 위한 국민들의 염원이 전국 곳곳에서 촛불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의 국회 탄핵 소추안은 12월9일에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최종심판 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있게 됐다. 세계사상 유례없는 광화문 광장의 대규모 촛불 평화 민심은 워싱턴에도 옮겨 붙어 백악관과 링컨기념관 앞 등에서 수차례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대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한인들은 “드라마 보다 더 재미있다”며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2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지난 11월8일 실시된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귀결됐다. 예측 불가능했던 이변의 드라마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후보, 막말과 스캔들, 혐오의 정치 언어를 여과 없이 쏟아냈던 후보는 그러나 경선에서 공화 주류들을 격침시키고 본선에서는 모두가 승리를 예상하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마저 침몰시켰다. 한국에 대한 비우호적 발언과 반 이민 공약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그의 당선으로 한인사회는 충격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각종 세금이나 오바마 케어, 불경기 등으로 지친 한인들은 새로운 미국을 기대하며 반기기도 했다.
3 불경기로 한인경제 최악
“지난 30여 년 간 장사를 해오면서 요새처럼 힘들 때는 처음입니다.” 한 중견 뷰티 서플라이 업주의 탄식처럼 8년째 이어온 불경기는 한인경제는 물론 한인들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했다. 한인들이 생업으로 삼아온 세탁소, 델리, 수퍼마켓, 뷰티 서플라이, 건축, 부동산, 융자, 식당 등 대부분의 비즈니스들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인들의 주머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생활의 부담감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4 커뮤니티센터 건립운동 활기
워싱턴에 한인 커뮤니티 센터를 짓자는 한인사회의 오래된 염원이 영글어 가고 있다. 12월 현재 약정금까지 합쳐 총 65만8,000달러가 모금되면서 ‘이번에는 정말 되는 거냐?’는 의구심을 점차 떨쳐내고 있다. 모금운동은 본보의 골프대회를 비롯해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의 윤형주·김세환 초청콘서트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참여 열기를 더 지피려면 건립위 조직의 전면적 개편과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5 한인사회 원로들 잇따른 별세
이민 초창기부터 한인사회에서 큰 역할을 해온 한인들이 유명을 달리하며 이민 1세대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 한해였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김응태 전 평통 회장을 위시해 미주 기독교계를 이끌어온 이원상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원로목사(사진), 김윤국 원로 목사, 장진우 미주복음신문 발행인, 김정윤 재향군인회 고문, 김윤한 복지상조회 설립자, 이성호 전 워싱턴한인회장 등이 잇따라 타계해 아쉬움을 남겼다.
6 브라질 올림픽 열기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로 움츠러든 가운데 8월 브라질의 항구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31회 하계올림픽은 한인사회를 응원의 열기 속으로 이끌었다. 한인들은 신문과 TV, 인터넷을 통해 한국 팀이 금 9, 은 3, 동 9개로 종합 순위 8위를 차지하는 기쁜 순간들을 함께 했다.
7 한국 총선과 재외선거
4.13 한국 총선은 16년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란 파란을 일으켰다. 새누리당 122석(비례 17), 더불어민주당 123석(비례 13), 국민의당 38석(비례 13), 정의당 6석(비례 4), 무소속 11석. 이 흥미진진한 정치드라마를 지켜보며 워싱턴에서도 재외선거가 실시돼 유권자 등록을 마친 4,554명 중 1,47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8 사드 배치 논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진 남북대치 상황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논란으로 이어지며 워싱턴도 달궜다. 경북 성주로 사드 포대 부지가 낙점되면서 성주군민들의 강력한 저항이 전개된 가운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한인들의 미 백악관 청원에 서명자가 10만 명을 넘어섰고 보수진영에 의한 찬성 청원도 이어졌다. 진보와 보수진영 간의 갈등도 거셌다.
9 한인회 다시 1세 체제로
한동안 1.5세들이 주축이 됐던 한인회들이 다시 1세 체제로 회귀했다. 올 연말 실시된 워싱턴한인연합회 선거에서 김영천 후보(사진)는 1.5세인 스티브 리 후보를 이기며 1.5세인 임소정 회장이 이끌던 한인연합회를 다시 1세들의 손으로 가져갔다. 버지니아 한인회도 1.5세에 가까운 김태원 회장에서 1세인 우태창 회장으로 넘어갔다. 이번 선거 결과 공교롭게도 김영천, 우태창, 그리고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에 당선된 김인덕 씨 모두 영남 출신들이란 점도 화제에 올랐다.
10 센터빌 이호성, MD 이연자 씨 피살사건
두 건의 한인 피살사건이 한인사회를 경악케 했다. 지난 4월 버지니아 센터빌 거주의 이호성(영어명 스티븐, 조지메이슨대 3년, 사진 왼쪽) 씨가 파티에 참석했다가 구타를 당하고 칼에 찔린 후 자택에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9월에는 메릴랜드 I-95 선상에서 이연자 씨(59, 사진 오른쪽)가 화재로 전소된 자신의 BMW 차량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피살사건이라 규정하고 수사에 나섰으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범인 검거를 못하고 있다.
<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