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입양인봉사회 ASIA Families 송 화 강 대표
한국에서 입양돼 워싱턴 지역에 살고 있는 입양인들과 그 가정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아시아 입양인봉사회(ASIA Families). 입양 후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코리안 컬처 스쿨, 한국문화 체험 캠프(Rice Camp) 등을 실시하며 입양아들과 미국인 양부모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려주는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아시아의 송화강 대표. 그는 “지금까지는 언어적, 문화적 ‘벽’으로 인해 한인사회는 입양인들과 거리가 멀었다. 한인 입양인들은 입양인들 대로 자신들은 무늬만 코리안 이지 한인사회에서 겉도는 아웃 사이더 라는 느낌으로 다가가지 못하는게 사실이다”라며 “새해에는 워싱턴 동포사회에서 입양인들이 우리 동포사회의 일원이라는 따뜻한 시선과 열린 마음을 기대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 입양인 정체성 확립 위한 코리안 컬처스쿨 운영
올 여름에는 성인 입양인 모국방문 프로그램 계획
한·미양국 발전에 이바지하는 한인 입양인 역할 기대
-아시아를 시작하게 된 동기?
▶17년 전 (1999년) 대학원 졸업 후 가난한 난민들을 위해 난민 캠프에 가서 봉사하고 싶었다. 유혈 전쟁으로 많은 난민들이 발생한 코소보나 난민들을 도와주는 국제구호단체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메릴랜드 주의 한 입양 기관에서 한국어를 하는 소셜 워커를 급하게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입양 후 사후관리 서비스 (Post Adoption Services)를 주 업무로 하는 소셜 워커로 곧바로 채용되었다. 1년만 하고 그만 두겠거니 하고 시작한 일에서 7년간 경력을 쌓았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인 입양아를 입양한 양부모들과 입양 어린이들을 만나는 일이 보람되고 즐거웠다.
첫 아이를 낳고 입양 기관 일은 그만 두고 집에서 전업 주부로 살다가 2009년 지역사회 신문에서 한인 입양인이 이유도 없이 살해됐다는 비통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초반의 그 청년은 대한민국도, 입양 기관도 보호해 주지 못했지만, 사랑 많은 가정에 입양되어 장래가 창창한 청년이었다. 못다 핀 꽃같이 짧은 삶을 마감한 입양인의 소식에 무엇인가 하고 싶었고, 입양인들을 돌봐야겠다는 강한 소명을 느꼈다. 아시아 입양인 봉사회는 2009년에 비영리 단체 등록을 하고 2010년부터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인 입양아(인)들의 가장 큰 고민, 힘들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상실의 아픔일 것이다. 낳아준 부모에게서 버림받았다는 상실감, 태어난 나라의 언어와 문화의 상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감의 상실이 매우 크다.
지난 해 1월 뉴욕타임스는 기획기사를 통해 이들이 미국 가정에 입양된 후 겪는 인종차별, 문화적 단절감 등의 문제를 심층 보도했다. 양부모와 확연히 구분되는 외모, 피부색깔 등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트랜스레이셜 입양(Transracial Adoption)’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 대한 갈등이 가장 힘든 것 같다.
-가장 가슴 아플 때 또는 힘든 점은?
▶성인 입양인들과 만날 때, 태어나서 다른 한인 입양인들과 처음 만난다는 입양인이 아직 많다. 인구 5,000명도 되지 않은 시골의 작은 타운에 혼자 동양인으로 외롭게 자랐다는 입양인도 있다. 입양된 가정에서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자란 성인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슬픔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워싱턴 지역 한인 입양인수는?
▶한인 입양 가족은 약 5,000가정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시아 패밀리스에 열심히 참여하는 가족들은 150가정 정도이며 약 1,000여 명이 아시아 패밀리스 뉴스레터를 받거나 페이스북에서 정보를 얻어간다.
-컬처 스쿨에서의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의 중요성은?
▶한인 동포 자녀에게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며 한인으로서의 정체감을 형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컬처 스쿨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백인 양부모를 둔 한인 입양인들은 공립학교에 가서 불필요한 관심과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왜 너는 네 부모와 피부색이 다르니?”라고.
컬처 스쿨은 입양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누구도 부모와 왜 피부색이 다른 지 물어보지 않는다. 피부색이 다른 자녀와 부모로 구성된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정상화(normalization)의 경험을 하게 한다.
실제로 한 입양 청소년은 학교 에세이에서“ 입양된 것이 나쁘지 만은 않다. 한국 문화도 배우고 나와 같은 처지의 입양인 친구들도 만나게 되는 꽤 쿨(cool)한 곳이다”라고 적었다.
컬처 스쿨은 또 양부모들에게는 자조적 지지 집단적인 기능을 한다. 즉 다른 양부모들이 아이를 입양해 양육해 키우면서 어떻게 어려운 질문에 답을 했는지 묻고 정보를 나누며 부모로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한다.
컬처 스쿨에 오는 양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기르기 위해 엄청 노력한다. 내가 내 자식을 기르려고 애쓰는 것보다 더 헌신적이며 희생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금이야 옥이야 기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에 감동으로 전해진다. 한국 사람들 못지않게 더 한국을 알고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바로 한인 입양아를 둔 양부모들이다. 한국인 입양아에게 한국문화를 알려주고 자신의 뿌리를 찾게 도와주는 모습은 가슴이 찡하다 못해 눈물겹다.
컬처 스쿨 같은 문화적 교육 프로그램은 결과가 증명된 프로그램이다. 어릴 때 한국 문화를 접하며 다른 입양인 친구들, 멘토들과 함께 자란 입양인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문화적 상실감을 덜 경험하며 입양 이슈에 대해서도 이해감이 높으며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높은 자존감을 갖는다.
-한인사회에서의 입양인 위치와 나아갈 방향은?
▶한인 사회에서는 입양인들의 슬프고 딱한 사연만을 미디어를 통해 접하기에 대부분은 입양인들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입양인들의 주 언어가 영어이기에 한인사회에서의 활동은 제한적이지만, 주류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히 자란 입양인들이 서서히 두각을 드러나고 있다. 이들이 한국을 위해 애쓰게 될 때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
한인 입양인들이 훌륭한 리더로 자라도록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도 사랑과 관심으로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이와 관련 한인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이번에 워싱턴 성광교회에서 후원금을 받았는데.
▶한인 사회에서 처음으로 후원금을 받게 돼 감사하다. 한인사회에서 한국에서 입양돼 온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올해 여름 입양인 초청 모국 방문을 기획하고 있는데 입양된 후 처음으로 자신을 낳아 준 한국을 방문하는 성인 입양인들의 모국방문 후원비용으로 사용할 것이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
▶어린 입양인으로 만났던 입양인이 훌륭한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왔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또 성인 입양인 몇몇이 비영리 단체(러브 비욘드 올파니지)를 새로 만들어, 한국 보육원에서 자라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 자립해야 하는 보육원 졸업생들을 위해 실제적 도움을 주고 사랑을 나눈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다. 입양인들이 한국 내에서 입양되지 못해 보육원에서 성장하는 고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흐뭇하다.
*송화강 대표는 서울여대 사회사업학과 졸업 후 유학으로 도미, 미주리 주 세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에서 사회사업학 석사를 받았으며 페어팩스 카운티 사회복지국(NCS) 소셜 워커로 근무 중이다. 워싱턴 한국교육원 영어봉사장학생 토크(TaLK) 홍보대사로도 활동 했으며 남편 마이클 장 씨와 슬하에 두 자녀 (11세 장예은, 9세 장진)와 함께 버지니아 리스버그에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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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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