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8개월 물에 잠기는 선사시대의 미술
▶ 이집트 벽화만큼 미술적 가치 높아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 명단 등재 추진 중
-10미터 바위가 캔버스
울산은 현대중공업이 들어선 산업도시. 지금은 현대적 도시가 인상적이다. 그 도시가 선사시대 암각화 보전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도시가 들어서면서 식수공급을 위해 공장의 기계가 돌아가도록 산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사연 댐을 만들었고 그 댐으로 인해 6000-3500년 전에 거북이 모양의 바위에 새겨놓은 조각들이 물속에 잠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댐이 건설되고 나서 5년 후 1970년에야 선사시대 암각화가 발견된 비애가 바로 세계적 문화유산의 비운의 시작이다. 댐이 가둔 물의 상류에 암각화가 존재하고 있어서 갈수기에는 물 위로 암각화가 나타난다. 연중 8개월 물속에 잠기는 이 비운의 미술품을 어찌 해야 할까. 높이 3미터, 가로 10미터 바위가 선사시대의 미술의 캔버스가 되었으니 결국 댐에 물을 비우라는 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기존의 댐을 비우라는 말은 그렇게 쉽지 않다. 누가 새로운 댐의 건설비를 담당하겠는가?
선사시대 유적을 보전하겠느냐,
아니면 댐을 무용화하겠느냐.
울산 시민들이나 지도자들은 이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암각화 보전 공사
암각화 보전을 위해 유리로 된 반월형 물막이 공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강바닥의 모래밭이나 바위아래 철근을 세우고 만든 물막이 공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시도는 성공할 수 없었다. 문화재청이나 보전주의자들은 암각화 바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공사를 하라고 주문했다. 카이네틱 공사는 물막이 이음새에서 물이 새어 들어갔고, 결과는 실패였다고 발표했다. 토목공학자들이나 건축학자들이 처음부터 불가능한 꿈의 공사를 3년간 28억 원이나 되는 돈을 낭비한 꼴이 되었다. 처음부터 꿈꾸는 공사였던 것이다.
시간과 돈이 낭비된 후에 이제 보전주의자들은 댐을 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이 곤궁한 나라에서 그러면 물을 어디서 구하겠느냐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보전주의자들도 댐의 대안을 찾아나서야 한다. 동해의 물을 담수화하는 비싼 물 값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답을 알지만 쉽게 그 답을 찾아 나설 수 없는 현실적 난관이 있다.
-유네스코 등재 고민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 명단에 등재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물막이 공사나 자연경관을 해치는 다른 제방 쌓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정부나 보전주의자들이 올해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를 희망하고 있어서 암각화 주변이 그대로 원시의 자연환경으로 놓여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원시적인 조건을 찾아가기엔 지금 울산은 너무 현대적인 도시가 되어버렸고 자연보전 지향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내가 보기엔 유네스코 등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암각화 보전이 더 중요하다. 유네스코가 원시적 자연경관을 고집한다면 그 고집이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아무도 울산 암각화 주변 환경을 6000년 전으로, 3500년 전으로 돌이킬 수는 없다. 주어진 조건에서 암각화를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세계적 문화유산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사냥으로 유명하다. 여러 종류의 고래, 하늘로 향한 고래, 물 아래로 향한 고래, 새끼 고래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고래 모습, 포경선, 작살, 다른 어망. 그 조각의 정교함, 미술적 가치가 인류문화사에 기록될 만큼 높다. 이집트 벽화만큼 미술적 가치가 높다. 아직 이 세상에서 자연유산으로 반구대 암각화만큼 오래된 미술작품은 없다.
특히 고래사냥은 없다. 아세아의 벽화가 아니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그 조각의 내용이 고래사냥이며 그 구성이 피카소나 로댕의 조각보다 한 수 위로 보인다. 30평방미터에 조각된 고래와 거북이, 물고기, 호랑이, 표범, 사슴, 멧돼지, 사람의 구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 조각들이 한 날 한 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적어도 100년, 200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작품은 세계문화사에 나와야 할 대작이다.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넘어가면서 그 바위에 조각을 내 새겨 넣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정말 고조선의 북쪽에서 배로 남하한 사람들인가. 단군과 같은 시대, 아니 단군 이전의 사람들이 동해안에서 고래 사냥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 사람들이 끌과 연장으로 이렇게 정교한 미술 조각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을까. 신비한 선사시대로 시인의 상상력은 넘어간다. 주술사이던가, 마술사이던가, 고래를 부르던 사람들, 남자의 남근은 왜 이처럼 크게 조각해놓았던가. 울타리를 만들고 지상의 동물들을 가두기 시작한 초기 농경사회가 보인다. 청동기 시대가 보인다.
-동포들이 알려야
나는 지금 그대로 유네스코에 보여주어도 현대적인 도시가 옆에 있어도 사연댐이 물을 방류하면서 물 위로 반구대 암각화가 나오게 한다면 최상의 보전방법이 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너무 늦게 유네스코 등재하기도 어렵다. 이 암각화는 어느 세월이 지나면 풍화작용에 따라 모래로 변할 테니까.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도 반구대 암각화를 알려야 할 책임이 있기에 여기에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오니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세요. 그리고 함께 유네스코 등재에 한 마음으로 달려갑시다. 반구대 포럼이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회원가입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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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연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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