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한 바퀴 도는 가벼운 마음으로 쓰윽~
“동네 한 바퀴?”
가끔 아내가 내게 또는 내가 아내에게 휴일 아침에 건네는 말이다. 나가서 걷지 않겠느냐는 권유의 표현이다. 그렇게 묻는 것은 어린 시절에 부르곤 했던 노래와 관련되어 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우리보고 나팔꽃 인사합니다
우리도 인사하며 동네 한 바퀴
바둑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프랑스 동요 ‘Le coq est mort(수탉이 죽었다)’에 윤석중이 가사를 붙인 것이란다.
어떤 때에는 말 그대로 동네를 한 바퀴 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집 주변에 있는 공원으로 간다. 워싱턴 메트로 지역에는 공원이 많아서 멀리 가지 않아도 걷기에 좋은 곳을 만날 수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사는 사람이 멀리 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걷기에 퍽 괜찮은 곳, 페어팩스 크로스 카운티 트레일(Fairfax Cross County Trail).

페어팩스 트레일에 있는 아코팅크 호수 공원과 웨이크필드 공원의 분기점.
워싱턴 지역의 트레일 종류
워싱턴 메트로 지역에는 트레일이 퍽 많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애팔라치안 트레일(2,200마일)이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를 지나가고, 워싱턴 D.C.에서 펜실베이니아주까지 연결되는 포토맥 헤리티지 트레일(350마일)이 있다.
운하를 따라 워싱턴 D.C.에서 메릴랜드주 서북쪽의 끝까지 이어지는 오하이오/체사피크 운하 트레일(185마일)이 있는가 하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불런을 따라 이어지는 불런/오코콴 트레일(20마일)도 있다.
페어팩스 크로스 카운트 트레일(이하 페어팩스 트레일)은 앞에서 열거한 그런 트레일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 트레일은 북쪽의 그레이트 폴스 국립공원의 포토맥 강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오코콴 강까지 이어지는 총 40마일의 트레일인데, 카운티를 가로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트레일 중간 중간이 조금씩 끊어져있다.
여기서 끊어져 있다는 것은 일부 트레일이 자연 속에 나와서 주택가를 지나가기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접근성이 좋아서 ‘동네 한 바퀴’ 도는 기분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일부 구간은 다른 이름을 가진 트레일을 공유하기도 한다.
11개 구간으로 나뉘어
이 페어팩스 트레일은 모두 11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 웨이크필드 공원에서 출발해서 3번 구간의 아코팅크 호수 공원(Lake Accotink Park) 구간을 걷다가 내친 김에 호수를 일주하는 그런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원래 이 트레일은 호수 남쪽에 있는 댐에서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지만 우리는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방향을 틀어 호수를 일주한 후 웨이크필드 공원으로 돌아오는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출발지인 웨이크필드 공원. 워싱턴 D.C.의 외곽 순환 고속도로인 I-495의 54B로 나와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브래덕 로드(Braddock Rd.)의 서쪽 방면으로 1-2분 남짓 가면 오른쪽에 웨이크필드 공원 입구가 있다. 이 공원은 페어팩스 카운티가 관리하는데 별도의 입장료도 없고 주차료도 받지 않는다. 그냥 동네 공원이다.
하지만 이 공원 안에는 여섯 개의 야구장, 한 개의 미식축구장, 세 개의 농구장, 하나의 스케이트 파크, 열 한 면의 테니스장 그리고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과 신체단련장이 들어있는 레크리에이션 센터(Audrey Moore Recreation Center)가 있다.
웨이크필드 공원서 출발
이 공원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스케이트 파크이다. 스케이트 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BMX 자전거 따위 기량을 연마할 수 있는 곳인데, 그 쪽 방면에 문외한이기에 그 시설들의 명칭을 알지는 못하지만 무척 다양한 모양의 시설이 있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열고 일요일은 평일 보다 한 시간 늦은 아침 9시에 연다. 무료이다. 다만 보호 장구를 갖춰야 하는데 이것은 현장에서 빌릴 수 있다. 물론 강습도 한다. 자세한 것은 인터넷을 참조하시고.
오늘은 웨이크필드 공원 자체가 아니라 페어팩스 트레일이 목적이기 때문에 트레일 입구를 찾는 게 중요하다. 주차는 큰길에서 공원 안으로 들어온 후 왼쪽 첫 번째 주차장에서 한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왼쪽 첫 번 째 주차장의 두 번째 입구로 들어가면 좋다. 그 두 번째 입구로 들어가면 그 들어간 그 직진의 끝이 트레일로 이어지는 접근로가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왼쪽 첫 번째에 있는 주차장 옆 야구장의 3루 쪽 외야에서 걷기가 시작된다.

아코팅크 호수.
다른 트레일과 일부 겹쳐
이 길로 접어들면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게 되고 2, 3분 후에 페어팩스 트레일에 연결되는데 여기서 왼쪽, 즉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아코팅크 호수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이 트레일의 오른쪽에 있는 개울이 아코팅크 크릭. 평탄한 이 트레일은 브래덕 로드의 다리 밑을 지나게 되는데 이 다리를 지나면 웨이크필드공원 구역에서 아코팅크 호수 공원 구역으로 바뀌는 것이다.
길은 어느새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뀌었다. 트레일을 따라 흐르는 아코팅크 크릭과 멀어졌다가 가까와졌다가를 하다보면 길은 다시 비포장으로 바뀌었고 평탄했던 길이 살짝 언덕이 지면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것은 이미 아코팅크 호수 공원(Lake Accotink Park)의 트레일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페어팩스 트레일은 다른 트레일과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걷고 있는 아코팅크 호수 트레일의 일부가 페어팩스 트레일의 일부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아코팅크 호수 공원
아코팅크 호수 트레일은 호수를 일주하는 트레일이다. 이 트레일은 호수 남쪽의 댐 밑을 지나 한 바퀴를 돌게 되는데, 비가 많이 와서 호수의 댐에서 흘러나가는 물이 많아서 댐 밑에 있는 트레일을 걸어갈 수 없게 되면 그 때는 일주할 수가 없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일주 트레일의 길이는 3.75마일. 댐 밑에서 왼쪽 즉 남쪽으로 계속 가는 길이 페어팩스 트레일이지만 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그리로 가지 않고 호수를 일주하는 길로 가는 것이다.
아코팅크 호수 공원(Lake Accotink Park)도 페어팩스 카운티 관할이다. 입장료가 없다. 공원의 넓이는 대략 493에이커인데 그 중 55에이커는 호수, 습지, 개울로 이루어져 있다. 피크닉 장소, 놀이터, 트레일 등 대부분의 시설은 연중무휴이고 아침 7시부터 해질 때까지 이용할 수 있다. 쉘터 등 예약이 필요한 곳이 있다. 라이선스가 있으면 낚시를 할 수도 있고. 시즌 중에는 자전거, 카누, 페달보트를 대여하고, 투어보트도 있다.
선착장 부근에 회전목마와 미니골프장이 있는데 회전목마는 1937년-45년 사이에 제작된 유서 깊은 녀석들이다. 이 공원으로 직접 오는 경우의 주차는 안쪽의 선착장 부근이 아니라 높다란 철교를 지나기 전에 있는 방문객 센터 부근에 하게 된다.
일직선의 아름다운 길
웨이크필드 공원에서 출발했다면 선착장과 유희시설을 지나게 되고 곧 이어서 왼편으로는 높은 철교를 두고 오른쪽으로는 호수의 댐을 끼고 걸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호수를 일주하는 트레일을 계속 걷게 되는 것이다.
잠시 가다보면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퍽 아름다운 길을 걷게 된다. 그 길 끝에서 주택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거기서 아코팅크 호수 트레일로 계속 가려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라는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을 따라 주택가 도로인 댄버리 포레스트 드라이브(Danbury Forest Dr.)로 접어들어서 길 따라 걷다가 킹스 글랜(Kings Glen) 초등학교를 지난 후 론스데일 드라이브(Lonsdale Dr.)를 만나는 곳에서 다시 트레일이 계속된다.
자연에서 인간계로 잠깐 외출했던 것 같은 기분을 뒤로하고 다시 트레일로 접어들면 아까 출발 후 얼마 안 되어 보았던 길을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다시 호수로 이어지는 아코팅크 호수 순환 트레일이 되는 것인데, 우리는 차 있는 곳으로 돌아야하니까 왼쪽 길, 즉 웨이크필드 공원으로 가는 길로 방향을 잡는다. 브래덕 로드 밑을 지난 후 곧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처음 출발한 주차장이 나온다. 이렇게 해서 2시간 20분에 걸친 걷기가 끝난다.
페어팩스 트레일은 길다. 페어팩스 주민이라면 이 트레일에 접근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날이 차다고 핑계대지 말고 ‘동네 한 바퀴’의 기분으로 나서볼 일이다. 집 가까이에 이렇게 괜찮은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말이다.
방문정보
●페어팩스 크로스 카운티 트레일
http://www.fairfaxcounty.gov/parks/cct/
●웨이크필드 공원: 8100 Braddock Road, Annandale, VA 22003
- 오드리 무어 레크리에이션 센터
http://www.fairfaxcounty.gov/parks/rec/moore/
- 스케이트 파크
http://www.fairfaxcounty.gov/parks/skatepark/
●아코팅크 호수 공원(Lake Accotink Park)
7500 Accotink Park Road, Springfield, VA 22150
http://www.fairfaxcounty.gov/parks/lake-accotink/
<
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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