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 헌틀리 매도우 파크 (Huntley Meadows Park)
▶ 1,500에어커가 넘는 규모에 200여종의 철새들 장관 이뤄

보드워크와 늪지의 만남이 시작되는 곳.
관심 있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지만 워싱턴 메트로 지역에는 늪지가 많다. 그리고 늪지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이다. 고국의 경우 동해가 파란 바다와 하얀 모래가 있어서 해수욕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바다나 하구의 생태계를 들여다보려면 뻘의 색상이 그다지 호감 가지는 않겠지만 방향을 서쪽으로 잡아야 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늪지에 물이 차있고 그리고 바닥이 진득진득해서 들어가서 보기가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그런데 버지니아의 알렉산드리아에는 한켠에 보드를 깔아서 늪지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헌틀리 매도우 파크(Huntley Meadows Park).
사진작가들의 천국
1,500에이커가 넘는 이 공원은 늪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자연관찰의 보금자리이다. 비버가 만든 댐을 볼 수 있고, 철이 되면 개구리가 수영을 하고 잠자리가 하늘을 난다. 우리에게 익숙한 참새, 버지니아 주의 상징인 홍관조(Cardinal) 같은 텃새는 물론이고 백로 과에 속하는 새, 기러기, 청둥오리와 같은 철새를 포함해서 200종류가 넘는 새들이 계절을 달리해서 나는 곳이다.
아주 간단히 말해보자면, 프로 또는 그에 준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는 곳이다. 삼각대,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 얼룩덜룩한 위장복으로 무장(?)한 그런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온다는 것은 그 곳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망원경이 있으면 이 곳을 더욱 잘 즐길 수 있다. 오래전 야드 세일에서 산 쌍안경으로 청둥오리의 초록색이 감도는 털을 보면서 감탄을 한다. 어찌 저런 색깔이 다 있을고…. 자연으로 나갈 기회를 가지기로 마음먹었다면 야드 세일이나 굿 윌 같은 재활용매장에서 망원경 하나쯤은 마련해두시길.
방문객 센터와 트레일 코스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1, 2분 정도 걸어가면 왼쪽으로 방문객센터를 만나게 되는데 앞에 가던 가족들은 벌써 쌍안경을 눈에 대고 새를 보며 감탄하고 있다. 젊은 엄마와 할머니 한 분은 쌍안경으로 새들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고 젊은 아빠는 망원렌즈가 달린 사진기를 꺼내고 있다. 네댓 살 된 아이의 손에도 어린이용 쌍안경이 들려있다. 여기서 쌍안경을 꺼내야하나 잠시 망설이다가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어딜 가든 방문객센터는 빼지 않고 들리는 곳인데 겨울철에는 11시에 열어서 들어가 볼 수가 없다. 그래도 센터 앞에 각종 자료들을 비치해두었기에 지도와 몇 가지 자료를 챙긴다. 지도를 들여다보니 세 개의 트레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록색으로 표시된 시더 트레일(Cedar Trail), 하늘색으로 표시된 히란 트레일(Heron Trail), 붉은색으로 표시된 디어 트레일(Deer Trail).
트레일 자체는 험하지도 않고 길지도 않다. 어린이나 연세 지긋한 분과 함께 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사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도 많이 만날 수 있다.

보드워크 바로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기러기.
청둥오리와 기러기 그리고 아, 쓰러진 나무에 비버의 이빨자국…
그리고 트레일 옆에 자그마한 위치 안내판이 있는데 전체 트레일 중에서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남았는지 추측할 수 있어서 무척 편리하다.
쌍안경을 꺼내들고
방문객센터를 출발해서 좌우로 하늘을 향해 죽죽 뻗은 나무들 사이를 지나 숲길을 걸어가면 곧 이정표를 만난다. 이 길을 계속 직진하면 히란 트레일(0.6마일)이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시더 트레일(0.6마일)로 계속 가게 된다.
일단 늪지를 봐야하니까 직진. 드디어 늪지 위에 판자를 깔아서 인도를 만든 보드워크를 만난다. 늪지 전체를 가로지르는 것은 아니지만 늪지가 무엇인지, 늪지에 무엇이 사는지 가까이에서 보기에는 아주 좋은 시설. 일요일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데 장비를 갖춘 전문 사진사가 방문객의 절반이 된다. 여기서 배낭에 있는 쌍안경을 꺼낸다.
방문객센터에서 0.3마일 거리에 있는 보드워크가 시작되면서 양쪽에 새들이 잘 보인다. 지금은 철새 중에서는 청둥오리와 기러기가 대세이다. 그 외의 작은 새들은 망원경이 있으면 더 잘 즐길 수 있다. 이 새들이 보드워크 바로 옆에 있어도 별로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 보드워크에서 3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머리를 날갯죽지에 묻고 잠을 자는 기러기도 있다. 그리고 보드워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 켠에 밑둥을 드러내고 쓰러진 나무가 둘 있는데 거기에 비버의 이빨자국이 선명하다. 아… 맞다… 여기에 비버가 산다고 했다….
보드워크와 애완견
이 보드워크에서는 자전거를 타서도 안 되고 달리기를 해서도 안 된다. 안전상의 이유일거다. 그리고 보드워크에 애완견을 데리고 와서도 안 된다. 끈으로 연결된 애완견을 공원 안에서 데리고 다니는 것은 괜찮지만, 보드워크에서 만큼은 애완견과 함께 할 수 없다. 강아지가 새들을 보고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새들은 공포에 질리게 되어 우리가 탐조활동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강아지가 새들을 좇아 물로 첨벙 뛰어들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보드워크에서는 자전거 타기, 달리기, 애완견 동반하기 이 세 가지는 안 된다. 보드워크에는 여러 가지 안내판이 있으니까 때로 멈춰 서서 읽어보는 것이 좋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적용되는 지혜의 말씀이다. 적힌 글자를 모두 읽어보지는 않더라도 부디 그림이라도 들여다보시기를.

비버가 이빨로 갉은 흔적이 있는 나무(왼쪽). 사진 촬영에 열중인 사진작가.
비버들의 생활
보드워크를 조금 걷다보면 양쪽으로 나뉘는데 왼쪽으로 가면 다시 방문객 센터를 돌아가게 된다. 아주 어린 학생들을 위한 단체 자연학습 목적일 경우에서 여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작은 늪지를 한 바퀴 돌게 만든 것 같다. 보통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더 멀리까지 나아가게 된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보드워크 오른 켠으로 호수 수준의 넓은 물을 보게 된다. 그리고 거기 섬처럼 나무들이 쌓여있는 것이 있는데 거기가 비버들의 생활터전이다. 비버들이 왜 그렇게 나무를 잘라다가 저렇게 쌓아두는지, 비버는 거기를 어떻게 드나드는지에 관한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보드워크 옆에 있다. 그 안내판을 들여다보면 자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전망대
방문객센터를 출발해서 보드워크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것이 전망대(Observation Platform). 보드워크 보다 한 층 높은 곳에 있는 트인 공간에는 기다란 벤치가 놓여있는데 아예 퍼질러 앉아서 오랜 시간 동안 눈앞에 펼쳐진 넓은 늪지를 구경하라는 뜻인가 보다.
여기에 앉으면 호수 위를 나는 기러기의 V자 대형을 볼 수도 있고, 청둥오리가 물을 박차면서 날아오르는 것과 기러기가 물 위에 길다란 궤적을 남기면서 내려앉는 것도 볼 수 있다. 물 건너편에도 이런 전망대가 있는데 그 전망대는 사우스 킹스 하이웨이 길가에 있는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하이크-바이크 트레일(Hike-Bike Trail, 길이 1.2마일)로 접근해야 한다.
호프만 여사의 환경운동
전망대를 뒤로하고 보드워크를 조금만 더 가면 디어 트레일(0.4마일)이 시작된다. 숲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트레일의 오른쪽에는 공원당국이 관리하지 않는 숲길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은 탐험정신을 발휘해서 이 일대를 탐사해보는 것도 좋을 듯.
디어 트레일은 다시 보드워크로 연결되는 순환형인데 중간에 오른편으로 시더 트레일과 연결된다. 즉 여기에서 아까 보았던 늪지를 다시 보고 싶으면 계속 걸어가면 되고, 숲길을 걷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면 된다. 어느 쪽으로 가든지 방문객센터로 가게 된다.
앞에서 방문객센터라고만 얘기했는데 방문객센터의 정식 이름은 노마 호프만 방문객센터(Norma Hoffman Visitor Center)이다. 여기에 사람 이름을 붙인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1983년에 이 공원을 가로지르는 4차선 도로가 입안되었다. 이 때 호프만 여사는 이 도로가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고는 ‘헌틀리 보존을 위한 시민연합’이라는 단체를 조직하는데 힘을 합했다. 그 시민연합은 회원수가 600명에 이를 정도가 되었는데 이들은 여러 과학자의 도움과 법률 지원을 받아가며 15년 동안 시민운동을 펼쳐서 결국 이 늪지를 지켜냈다. 후일 호프만 여사는 미국의 환경보호운동단체인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이 선정한 ‘환경보호 100걸’ 중의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고, 그 이름은 이 공원의 방문객센터에 헌정되었다.
헌틀리 장원 가옥
겨울에 늪지를 방문하면 볼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철새들이야 철에 맞추어 찾아오는 녀석들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이 때에는 푸르름이 적기 때문에 수목들이 빈약하기 때문에 겨울철 방문을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보자. 나뭇잎이 없다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일까? 나뭇잎이 없다는 것은 멀리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손바닥만한 딱따구리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온갖 새들을 찾는 게 무척 쉽고 일단 찾은 새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하면서 구경하는 것도 쉽다. 잎이 무성한 여름철에는 좀처럼 해볼 수 없는 호사다. 그러니 겨울이라고 해도 구경거리가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는 안 된다.
공원의 늪지 구경만으로 뭔가 부족한 것이 느껴진다면 공원 부근에 있는 헌틀리 장원 가옥(Huntley Manor House)을 들러보는 것도 좋은 생각. 공원 주차장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는 이 건물은 1825년경에 지어진 건물인데, 조지 메이슨의 손자인 톰슨 프란시스 메이슨이 소유하기도 했던 건물이다. 12월부터 2월 까지는 쉬고 3월부터 11월 사이에 연다. 토요일에는 안내투어를 하기도 하고.
방문을 위한 정보
●헌틀리 매도우 공원
-주소: 3701 Lockheed Blvd., Alexandria, VA
-인터넷: http://www.fairfaxcounty.gov/parks/huntley-meadows-park/
-개방시간: 일출부터 일몰까지
-입장료 없음, 주차료 없음
-주의: 이 공원은 1번 국도(Rt. 1)에서 록히드 블러바드(Lockheed Boulevard)로 들어오는 방법과 사우스 킹스 하이웨이(S Kings Hwy)에서 헤리슨 레인(Harrison Lane)으로 들어오는 방법이 있는데, 그 두 길이 만나는 꺾어진 지점에 공원 입구가 있음
●헌틀리 매도우 공원 방문객센터
-매주 화요일 휴관
-개관: 계절별로 다름, 12/1-2/28까지는 오전 11시-오후 4시
●헌틀리 장원 가옥
-주소: 6918 Harrison Lane, Alexandria, VA
-인터넷: http://www.fairfaxcounty.gov/parks/huntley-meadows-park/
historic-huntley.htm
-입장료: 3-5달러(5세 미만은 무료), 토요일에는 투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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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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