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원진 카운슬러 박사학위 논문‘한국 조기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연구’
▶ 조기유학의 명암
글로벌 시대를 맞아 이제는 ‘유학’이 흔해졌다. 과거 60, 70년대에만 해도 국비 장학생 등 소수의 수재들과 사회 상류층만 가능했던 유학이 이제는 웬만한 중산층으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올수 있을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조기 유학’ ‘기러기 엄마’ ‘독수리 아빠’ ‘나 홀로 유학생’ 등 조기 유학 풍조의 시대상을 반영한 신조어들도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용어들이 됐다. 페어팩스 카운티와 몽고메리 카운티 등 미국에서도 최우수학군에 손꼽히는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에도 한인 조기 유학생들이 꽤 많다. 동전의 양면처럼 조기유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와 긍정적인 면이 있다. 가장 예민한 10대 나이에 부모곁을 떠나 전혀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 환경에 잘 적응하며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적응하지 못해 마약과 알콜, 적응실패, 정서장애 등 문제 청소년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 이런 조기 유학생에 대한 심층 고찰 연구로 지난 달 버지니아 텍 졸업식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원진 카운슬러. 그의 연구 논문 ‘한국 조기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연구’를 참고로 워싱턴 지역 한인 조기 유학생들의 고민과 실태를 살펴본다.
‘교통불편’ ‘문화 차이’ ‘인종차별’로 어려움
연구는 워싱턴 지역으로 조기 유학 온 한인 고등학생(9-12학년) 16명을 대상으로 심층 일대일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다. 유학기간도 1년-3년 미만으로 제한했다.
한인 조기 유학생들이 꼽은 가장 큰 문제는 ‘언어장벽’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
다음으로 꼽은 고민거리는 ‘차가 없어 생기는 교통불편’과 ‘문화 차이’, ‘인종차별’이었다.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서 언어 소통의 어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로 느끼는 것. 또 어린 나이에 가족 없이 학교 기숙사 또는 가디언스 집에서 홈스테이 하며 어려움이 생겼을 때 말할 가족이 없음이 가장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으로 이런 어려움은 한국에 있는 부모와 형제 등 가족과 더 가까워지게 만들기도 하며 독립심을 키워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중교통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지역이 넓고, 자기차가 없으면 어디 다니기 어려운 점과 동서양 문화 차이, 다민족 사회에서 소수계 이민자가 느끼는 차별감도 어려움으로 분석된다.
한편 영어 습득은 미국인 교사들을 통해 빠르게 습득하며, 아메리칸 팝 컬처는 영화와 TV 쇼 등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 유학을 오게 된 동기로는 부모의 결정에 따른 케이스가 대부분으로 밝혀졌다.
조기유학생들은 또 한국과 미국의 스쿨 시스템이 크게 다르다는 점, 방과 후 자유시간을 보내는 점이 크게 대비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기 유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미국 교육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배움에 있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한국이 방과 후 자율학습과 학원 과외로 밤 늦게까지 공부에 치중하는 반면 미국은 학업에 대한 압박이 적고, 방과 후에는 악기나 운동(클럽 활동과 스포츠 활동), 커뮤니티 서비스 등 특별활동이 두드러는 점도 좋은 점으로 지적했다.
이원진 박사는 결론적으로 “글로벌 시대에 조기 유학은 시대의 흐름이다. 따라서 이들 조기 유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이끌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한인 조기 유학생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국정부 차원에서 ‘유학생 안전 교육 및 조기 적응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 등 유학 생활 중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 예방 교육과 학교 조기 적응프로그램, 장학 제도, 기숙사 제도 등 유학 생활에 필요한 정보 제공이 절실하다”는 것.
전혀 준비 없이 유학길에 오르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언어 장벽, 문화 충격에 노출돼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그는 “미국의 교육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오랜 동안 한국에서 조기 유학을 떠나오는 어린 학생들을 많이 접하게 됐고, 이런 저런 모양으로 그 아이들을 도우면서 마음속에 늘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 낯선 곳으로 오는 이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계속 늘어가는 조기유학생들을 바라보는 미국 학교의 선생님들, 특히 카운슬러들에게 한국의 조기유학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 유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바램 등을 조금이라도 알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논문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의 미국인들과 교사들조차도 ‘조기유학’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 못하거나 은연 중 부정적인 쪽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에게 조기유학의 배경과 개념 등 조기유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넓혀 학생 지도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기유학 생활 초기에 겪는 어려움, 적응기간에 도움이 되어 준 것들과 더 어려움을 가중 시키는 요소 등에 대한 연구를 직접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듣고 연구했다.
이 박사는 “제 연구는 수적인 통계 자료를 얻고자 하는 양적(quantitative research) 방식이 아닌, 직접 연구대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관점을 직접적으로 들어보고 탐구해 보는 질적(qualitative research)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춘기 방황-학업 중단 반복했던 학생, 박사 되다
16년 만에 받은 박사 학위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카운슬러로 10여년간 근무했고,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 입학 사정관 역임 등 그의 단정한(?) 이력과 반듯하고 모범적인 이미지가 고생이라고는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모범생 이미지의 이원진 박사.
그러나 서울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1982년 부모와 함께 미국에 이민 온 그는 사춘기를 많은 방황 속에 보내며 몇 번이나 학업을 중단했다. 대학 1학년때는 학점 미달로 쫒겨 나기 까지 했다.
그런 그의 삶이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84, 85년 무렵 워싱턴에서 ‘코리안 YMCA’를 설립한 고 정준영 총무를 만나면서부터. 지금도 그는 정준영 총무를 평생의 멘토로 생각하며 ‘누군가에게 삶의 지표’가 되고 싶어한다.
제임스 매디슨 대학을 졸업(심리학)하고 컬럼비아 대학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를하다 학비가 부담돼 자퇴 후 조지 메이슨 대학으로 옮겨 교육상담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가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는 총 16년이 걸렸다.
이 박사는 “박사 과정 시작 후 5년에 걸쳐 모든 수업 과정을 이수하고, 최종 시험을 통과한 후 논문을 시작할 자격이 주어졌는데, 5년 넘게 논문을 마치지 못해 학교 규정에 의해 박사과정에서 쫓겨(?)났고, 2015년에 다시 GRE 시험을 보고, 재입학 과정을 거쳐 입학 후 논문을 완성하고 올 3월에 논문 최종심사를 통과하고 5월11일에 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 공부를 하기로 결정하고 입학 절차 등을 포함하면 총 16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 하다가도 그의 곁에 있는 학생들을 보며 힘을 냈다.
이런 방황을 거쳐 온 그는 누구보다도 한인 학생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말하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시작을 권하기 위해서다.
그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평생 동안 최소한 한 사람이라도 그의 인생을 바꿔라’라는 것.
그는 단 한 번도 돈을 받고 카운슬링을 한 적이 없다. 카운슬러가 됐을 때 하나님과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운슬러가 천직으로 느껴진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무엇이든 잘할 수 있고 몸도 건강해질 수 있다. 좋은 교육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꾼다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역할에 주력하면서도 한인사회 비영리단체나 교회 등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 한인 학생들을 위한 강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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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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