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이란 분이 뭐하는 분이신가요?” 18기 워싱턴 평통 회장 인선 결과가 발표된 후 많은 분들이 신문사로 연락을 해왔다. 한두 번 이름은 들어봤지만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도 찾으려하지 않는 DC의 흑인 동네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인술(仁術)의 길을 걸어온 지 42년. 또 10년 전 지식과 토론의 광장을 표방하며 PNP(Peace & Prosperity) 포럼을 창립해 이끌어왔지만 정작 한인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인물이 그다. 문재인 정부의 첫 평통을 떠맡게 된 윤흥노 회장(72^사진)으로부터 앞으로의 계획과 그가 살아온 길에 대해 물어봤다.
-평통에 들어온 게 처음으로 아는데 평소 이 단체에 대한 생각은 어떠했나?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시절 장충체육관에서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해 정권을 유지한데다 전두환 정권 들어 평통이 정치적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사라질 줄 알았는데 현재까지 존속하다보니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통이 비록 출발은 아름답지 못했지만 해외와 동포사회에 대한민국의 평화통일정책을 알리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평통 회장으로 위촉된 배경이나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통일정책은 내가 지난 10년간 추진해왔던 정책과 유사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을 위한 나의 지난 노력을 인지하고 그 동질성에 점수를 준 게 아닌가 한다.
-진보진영에 몸담아 왔기에 한인사회의 보수세력이나 기존 평통위원들과 갈등도 예상되는데?
보수와의 갈등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진보나 보수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자문위원이다. 우리의 궁극은 하나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한 자문기구다. 그 목표와 방향에 모두 동의한 분들이기에 큰 갈등은 없을 것이다. 한인사회에서도 평화통일을 반대할 분은 없지 않는가.
-워싱턴 평통이 앞으로 주력할 사업은?
워싱턴은 미국과 세계의 정치의 중심지이다. 한반도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도시다. 전쟁이 아닌 평화통일만이 우리 민족의 살 길임을,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미 의회나 정부, 언론 등 각계에 알리는데 적극적 역할을 하려 한다.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평통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보나?
이럴 때일수록 평통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립과 갈등을 통해 남북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싸움판이 커질수록 말리는 대화가 필요하다. 미국 조야에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데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교류 등을 할 구상은 있나?
2007년 6.15공동선언 행사 관계로 처음, 그리고 지난해 불교 유적 관광을 위해 단체로 북한을 다녀왔다. 9년간에 적어도 평양 등 도시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흰 저고리에 까만 치마 일색이던 여인들의 옷차림이 컬러풀해지고 사람들의 키도 종전보다 더 커 보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식량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듯 보였다. 지금 식량지원은 필요 없다고 보고 그 대신에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사업이 시작된다면 워싱턴에서도 우선 의료지원을 중점 추진했으면 한다. B형 간염이나 결핵 퇴치를 위해 먼저 조사를 해보고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볼 것이다.
-언제 미국에 왔으며 워싱턴 생활은?
1973년 도미해 일생을 의사로 살아왔다. 75년 워싱턴에 와 DC의 흑인촌인 애나코스티아에서 개업했다. 의사들이 별로 가려하지 않는 지역이지만 나는 인술의 길을 걷고자 한 처음 생각을 지키고 싶었다. 40년 이상 흑인 커뮤니티에서 의사로 활동하다 보니 그들도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준다. 그게 나의 보람이다.
-의사의 길 한편으로 민주, 통일운동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는데 계기가 있나?
천안에서 중학교 다닐 때다. 함석헌 선생의 씨알 농장이 그 곳에 있었다. 주일 아침마다 함석헌 선생의 말씀을 경청했다. 또 동생처럼 지내는 사돈인 도올(김용옥 교수) 집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면 함 선생님께서 오셔서 늘 민족 이야기를 해주셨다. 발치에서 그 말씀을 들으며 어린 내 귀가 트이고 그분의 사상에 감화됐다. 그 후 진보적 삶을 살아왔다. 우리 나이 사람들이 진보적 생각을 갖기 어려운데 그러다보니 왕따도 좀 당했다.
-그동안 회장을 맡아 활동했던 미주동포전국협회나 6.15공동선언실천위는 어떤 단체인가?
북한에 경도된 단체는 아닌가?미주동포전국협회를 북한 옹호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과 혼동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는 대한민국 우호단체로 미 의회에 평화통일의 필요성을 알리며 로비를 하는 단체다. 6.15위원회는 남북교류단체인데 구성원 중에 종북세력이 일부 들어와 오해를 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궁극 목표는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살려 남북이 함께 어울리고 평화의 길을 가자는 거다.
-PNP 포럼 창립 10년인데 그간 어떤 일을 주로 해왔나?
벌써 10년의 세월이다. 미국과 한국의 많은 석학, 지성들을 모시고 훌륭한 지혜와 지식, 평생 얻기 힘든 가르침을 한인들에게 전파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PNP 포럼 같은 지식과 정보의 광장은 없었다. 그 평가는 동포들께서 해주실 것이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열정을 바칠 것이다.
윤흥노 회장 약력-
1945년 충남 천안시 생
천안농고, 고려대 의대 졸업, 군의관 복무
1973년 도미, 위스콘신에서 인턴, 미 의사 자격증 취득
신시내티 대학병원과 워싱턴 DC서 레지던트
1978년 DC서 개업(가정의학 전문의)
한미의사협회장, 워싱턴 고려대 교우회장, 미주 고대의대 총동창회장 역임 2003~2010년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
2007~현재 PNP(Peace & Prosperity) 포럼 회장
2012~16년 미주동포전국협회(NAKA) 대표
2007~2017년 6.15선언실천 워싱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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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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