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보수 정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했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기간 다소 강경한 대중 정책을 표방했다 해도 그 말을 아직은 곧이곧대로 믿지 못할 겁니다.”
21일 한국에서 열릴 윤석열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 정가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 와서 가장 확인하고 싶은 것은 윤 당선인의 중국에 대한 ‘진심’일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다.
실제 미국은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진 지난 9년간 중국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한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파트너로 인식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열병식을 지켜보던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나,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축하한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등은 여전히 미국 외교 당국자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있다. “한국은 중국에 관해서보다 캄보디아나 미얀마·쿠바의 단점을 말할 때 훨씬 잘한다”는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의 발언이 워싱턴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정확히 대변한다.
이 때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까지 공약하면서 ‘원칙’ 있는 대중 외교를 천명한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기대치는 높아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동아시아 순방에서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 것 자체가 흔하지 않은 일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한국의 외교적 체면과 지정학적 중요성 등을 감안해 일본에 앞서 방문하는 것으로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미보다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먼저 성사된 것도 29년 만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순방 일정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 대중국 전선 확대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구상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경제안보’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로 논의되고 이에 대한 비전을 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 공장 방문을 검토하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반도체·배터리 강국인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간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대중국 전선에 힘을 실어주기를 바이든 정부는 바라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안보 전쟁터에서 함께 싸워줄 아시아 동맹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갈증은 더 커진 상태다.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자원을 유럽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미국 편에 선 확실한 동맹 없이는 일대일로와 같은 중국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기 버겁기 때문이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쿼드(Quad)의 회원국인 인도가 대러 제재에서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인도를 달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문제와는 별개로 미국의 대중국 전선에 있어서는 남아시아의 맹주인 인도의 존재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할 윤 당선인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한국을 향해서도 잔뜩 신경이 곤두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사드라는 단어가 중한 관계의 금기어가 됐다. 양국은 다시는 그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에 묵직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과 동시에 강대국 외교의 시험대에 오른 윤 당선인이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꼭 곱씹어볼만한 일화는 있다. 한국이 사드 배치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던 2013년 말 부통령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면서 “미국은 한국에 베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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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우 서울경제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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