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하였다. 중국의 일세대 지도자중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등소평(鄧小平)을 비교할 때 누가 더 유능한 지도자냐고. 글쎄다. 이 둘을 어찌 비교해야 할까?

중국 한나라의 개국황제 유방은 군사를 지휘하고 전쟁을 하는 데는 한신만 못하다. 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에서는 유방은 귀재지만 한신은 문외한이다. 유방은 훌륭한 수장감(帥才)이고 한신은 세상에 둘도 없는 장군감(將才)인 것이다. 접시와 공기가 다르듯이 그릇의 종류도 다르다. 기둥에 적합한 나무가 대들보로는 부적합할 때가 있다.

삼국지의 제갈량을 보자. 그가 유비 밑에 2인자인 책사로 있을 때 뛰어난 지략과 능력으로 유방의 제국 촉나라를 건설하면서 승승장구하였지만 유비가 죽고 사실상의 1인자가 되었을 때는 오히려 빈번히 북벌에 실패하면서 삼국 중에서 제일 일찍 멸망하는 나라가 되였다. 수(帥)가 그에게는 합당한 자리가 아니다.

중국에서 국내외 지명도나 개인 매력에서는 저우언라이 위상이 등소평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등소평은 수장감이다. 그래서 1인자인 마오쩌둥(毛澤東) 밑에 있을 때는 항상 존재 자체가 불안해서 자꾸 타도되고 좌천되고(3번 좌천 3번 복귀) 말썽이 많았다. 하지만 마오쩌둥이 사망하고 그가 실질적인 ‘수’가 되어서는 개혁개방으로 중국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버릴 정도로 훌륭한 지도자였다. 그에게 합당한 자리는 ‘장’이 아니라 1인자인 ‘수’자리인 것이다.

하지만 저우언라이는 장군감이다.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직위가 마오쩌둥보다 높았고 오랫동안 그의 직접 상사였고 모든 위상이 마오쩌둥보다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천성이 나약하기에 승부욕이 강한 마오쩌둥에게 자진해서 윗자리를 양보하고 그의 부하가 되었다. 수장자리가 그에게는 벅차고 맞지 않았다. 하지만 ‘장’에서 만큼은 그만큼 잘한 자가 없었다. 그에게 합당한 자리는 ‘수’가 아니라 ‘장’인 것이다.

한국에 나이 많은 분들 중에 김종필씨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다. 그들은 그 분이 대통령이 못됐다고 애석해 하지만 그분이 2인자로서 훌륭했다 해서 1인자가 되서도 잘 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을 제일 잘 빛낼만한 합당한 자리가 있다. 직위든 명예든 돈이든 무조건 높은 것이, 무조건 큰 것이, 무조건 많은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에게 합당한 것이 제일 좋다. 그 합당한 자리를 잘 찾아야 인생이 피고 성공한다.

<이성열 조선족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