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4대 금융지주 1분기 순익 5조
▶ 대출규제 이유로 시장 개입
▶ 예대금리차 1.49%p 더 벌어져
▶ ‘올 역대 최고실적낸다’ 전망
▶ 경기침체 탓 연체율 악화 변수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월“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히면서 은행권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금융위원장의 압박에 우리·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은 줄줄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0.2~0.3%포인트 안팎 내렸다. 하지만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은 별도의 공식 금리 인하 발표가 없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뒤 2월에 가계대출이 4조3,000억 원 불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금융 당국이 이번에는 대출을 조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를 내리면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기에 금리를 조정하지 않은 것이다. 은행이 경영 혁신이나 새 서비스를 출시해 성과를 냈다기보다 당국의 ‘금리 관치’에 편승해 수익을 낸 셈이다.
실제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꺾이지 않았다.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평균 NIM은 1.56%로 지난해(1.64%)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월 한국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49%포인트로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확대됐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1분기 거둔 이자이익만 10조6,421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난 규모다. KB금융(2.9%)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우리(2.46%)·하나(2.34%)·신한(1.4%) 등의 순이다.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내려가 은행의 수익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뒷걸음질했다. 4대 금융의 올 1분기 비이자이익은 3조2,52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 줄었다. 하나금융의 감소 폭이 7%로 가장 가팔랐고 신한금융도 6% 줄었다. 비이자이익은 주식이나 채권을 통한 투자 수익과 금융 상품 판매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그만큼 순익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한영도 상명대 경영경제학과 교수는 24일 “서민들과 자영업하는 분들이 굉장히 어렵고 문을 닫는 곳도 많은데 은행은 정부의 보호 아래 이자이익을 크게 보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은행을 만들고 시중은행을 추가로 허가했지만 현실적으로 뿌리 깊은 이자 장사 관행을 고치기가 힘들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금융사의 실적 개선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연간 17조3,353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상 최대이던 지난해(16조5,268억 원)보다 4.89% 늘어난 규모다.
실적이 늘어날수록 금융사를 향한 상생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것은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6·3 조기 대선 전후 ‘상생 금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새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울수록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커지는 반면 은행들은 높은 예대마진을 취하며 이익을 보는 일종의 디커플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금융사가 정부의 라이선스를 받아 사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사회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경기 낙폭이 커지면서 연체 지표가 악화하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한국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전월 말 대비 0.05%포인트 높아진 0.58%를 기록했다. 2018년 11월(0.60%)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1%로 전월 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데 비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07%포인트 오른 0.84%를 기록했다. 이 중 중소 법인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각각 0.9%와 0.76%였다.
연체 채권이 늘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커지고 순익은 준다. 한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0%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기업들의 연체는 더 증가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리스크 담당 임원은 “트럼프발 관세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인데도 연체 지표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면서 “올 중순부터는 연체율 관리가 최대 현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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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우보·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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