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에 이 무렵 필자는 사 반세기 전 새 천년 맞이 분위기 속에서 출범한 유알아이(United Religions Initiative, URI) 조직과 운동의 가치 및 업적을 되새기면서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인들의 사명과 책임을 성찰해보는 계기를 갖는다.
아직도 진행 중인 중동 및 동유럽 지방의 전쟁상태에 대한 언론의 뉴스 보도에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75년 전 한반도에서의 6.25 전쟁과 그 이후에 대한 역사적 전개도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유알아이 운동에 초기부터 동참하였던 사반세기 경험의 일부를 추억하면서, 그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본다.
알려진 바처럼,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및 태평양전쟁이 마무리되며, 그처럼 참혹한 전쟁과 인류의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는 국제적 협의와 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로 출현한 단체와 조직이 유엔(United Nations)이다. 그로부터 5년 뒤에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처음으로 16개 국가의 병력으로 연합군이 창설되고 전선에 투입되어서 북조선(DPRK)의 남침을 저지하고 대한민국이 유지 발전하게 되었음은 세계사적인 사실이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매우 다행스러운 혜택이었을 뿐만 아니라 유엔 활동 가운데 중요한 업적의 하나이며, 국제적 연대와 협조의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고 주목되는 계기가 된다. 한국인으로서 국제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이바지해야 한다는 책임을 더욱 느끼며.
유엔의 창설지는 샌프란시스코다. 그곳에서 유엔헌장이 작성되고 조인되었으며, 그곳에 가면 그를 기리는 ‘유엔 플라자’가 있고, ‘워 메모리얼’ 등 당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건물과 장소들을 만날 수 있는데, ‘세계평화의 도시’로도 인식되며 역사관광 방문객의 관심지가 되어오기도 한다.
1993년 유엔본부로부터 그 창설 50주년을 기념하는 범 종교 행사를 요청받은 샌프란시스코 에피스코팔 처치 윌리엄 스윙 주교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가로서 그 준비에 여러 이웃 종교들의 지도자들과 협의하여 그 행사를 잘 마쳤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스윙 주교는, 유엔처럼 세속 정치지도자들도 연합하여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평화를 가르치는 종교지도자들은 어떤 역할과 행동을 보이는가 반성하며, 유엔과 같은 종교인들의 연합조직의 필요를 체감하였다고 한다. 당시에도 벌어지는 중동 등지에서의 종교인들 사이 갈등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
1996년부터 스윙 주교의 종교적 유엔 같은 국제기구 창설을 위한 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각 대륙별 세계종교계 대표들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모여, 유알(UR)을 준비하는 유알아이(URI)를 구성하여 이른바, ‘글로벌 서밋’을 통해 그 헌장의 작성에 대한 논의에 돌입하였고, 그 뒤 몇 년 동안 수정 보완하여, 2000년 6월 26일 조인하고 그 출범을 세상에 알렸다. 그날은 원래 유엔헌장이 조인된 날로서, 같은 날을 잡아서 종교적 유엔을 지향함을 보이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조인식은 샌프란시스코가 아니라 피츠버그를 선택하였으니, 그 배경은 그 도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리가 있는 곳으로서, 유알아이가 종교 사이 다리의 역할을 하는 기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였다고 전해진다.
원래 유알(UR) 창설을 준비하는 모임으로서의 유알아이(URI)가 왜 아이(I)를 삭제하지 않고 유지하게 되었는지 그 에피소드가 주목된다. 헌장을 마무리하는 최종 회의에서, 아이 자를 유지함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있었으니, 그 내용은 그 발음 즉, 유알아이가 영어의 “You are I” 와 비슷하여, 종교인들 사이에서 상대방을 자신처럼 여기는 문구로 삼아, 동질성과 일체감을 일깨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어로는 URI를 그대로 발음하여 “우리”로 삼을 수 있고, 이는 We 즉, 공동체 의식을 드높이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유알아이는 현재 지구촌 6대륙 113개 나라에 1225개 지부(www.uri.org 참조)가 설립되어 수백만 회원이 활동하는데, 하나의 지부가 되려면 최소 3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교 전통과 7인 이상이 모여야 인정된다. 다양성과 평등성을 존중하면서. 우리 모두 열린 마음과 인류 박애 정신으로 세계평화를 이루어 나가는 데에 서로 협조하며 보람 크기를 바라고 기대하여 본다. 유알아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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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워싱턴무량사 회주 동국대 불교학과 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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