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많은 학생들에게 대학 조기전형의 한 방식인 ‘얼리 디시전(ED)’은 마치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진다.
정시지원(RD)보다 높은 합격률, 빠른 결과 확인, 그리고 입시 스트레스로부터의 조기 해방이라는 달콤한 약속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ED역시 그 편리함과 효율성 뒤에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뛰어든다면 예상치 못한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경고다.
ED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합격률’이다. 명문대학들이 공개한 최근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ED와 RD의 합격률 차이는 실로 놀라울 정도다. 듀크대의 경우 2024년 가을학기 입시에서 ED지원자의 12.9%를 합격시킨 반면, RD에서는 단 4.1%만 합격의 영광을 차지했다.
보스턴 칼리지의 그랜트 고슬린 입학사무처장은 “학생이 스스로 우리 대학이 잘 맞는다고 판단해 ED를 선택했다면 우리도 그 학생이 적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즉, ED는 그 자체로 해당 대학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적합성을 나타내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12월 중순 ED결과를 받은 후 입시 부담감에서 해방돼 남은 고등학교 생활을 보다 알차게 보내는 모습을 보인다. 과외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거나, 대학 생활을 위한 준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ED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큰 부담은 바로 ‘구속력’이다. 합격하면 다른 모든 대학의 입학 제안을 거절하고, 반드시 해당 대학에 등록해야 한다는 의무가 따른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약속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고등학교 카운슬러까지 모두 서명하는 공식적인 약속이다. 이 약속의 무게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만약 학생이 복수의 대학에 ED로 동시 지원하거나, 합격한 후에도 다른 대학에 RD로 계속 지원하는 등의 위반 행위를 한다면 여러 대학으로부터 합격이 취소될 수 있다.
ED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돈’이다. 학생에게 등록을 강제하지만 정작 입학 제안을 수락하는 시점에서는 충분한 장학금 정보나 재정보조 패키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제도적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생은 경제적 부담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사립대 등록금은 9만달러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장학금이나 재정보조 없이는 진학 자체가 불가능한 학생들에게 ED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대학들은 ‘순수 학비 예측 계산기’(Net Price Calculator)를 웹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계산기를 통해 학생과 가족은 본인의 예상 재정 지원 수준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가족의 소득 수준, 자산 규모, 형제자매 수, 부모의 교육 수준 등 다양한 변수를 입력하면 해당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대략적인 재정지원 규모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계산기 역시 완벽하지는 않다. 가족의 특수한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계산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고, 실제 재정 지원 심사에서는 더 복잡하고 세밀한 기준들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산기 결과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고, 실제 결정에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ED라고 해서 예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건강 문제, 갑작스러운 재정적 위기, 사망 등 예기치 못한 중대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대학 측은 해당 학생을 ‘계약’에서 자유롭게 풀어주기도 한다. 실제로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의 성공을 돕는 것을 자신들의 사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학생들이 ED에 도전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첫째 조건은 ‘확고한 진학 의사’다. 이는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대학이다”라는 확신을 의미한다.
둘째는 ‘적합성에 대한 확신’이다. 해당 대학이 자신의 학문적 관심사, 진로 목표, 성격, 가치관 등과 잘 맞는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 철학, 커리큘럼, 캠퍼스 문화, 졸업생들의 진로 등을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
셋째는 ‘재정적 준비’다. 해당 대학의 재정보조 정책이 투명하고 믿을 만하며 설령 예상보다 적은 지원을 받게 되더라도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반대로 ED를 피해야 하는 상황들도 명확하다.
첫째, 여러 대학을 비교·검토하고 싶은 경우다. 다양한 대학들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면 얼리 액션(EA)이나 RD를 통해 여러 합격증을 받은 후 비교하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장학금이나 재정 지원 없이는 진학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대학의 재정 지원 제안을 비교해보고,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대학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경우다. “일단 붙고 보자”는 식의 접근이나 “부모님이 원하시니까”와 같은 수동적 동기로는 ED의 구속력을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ED를 고려하는 학생들은 ‘플랜B’를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불합격할 경우를 대비해 RD로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작성하고 필요한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대학 입학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그 전환점에서 내리는 결정이 향후 4년간의 대학 생활은 물론, 그 이후의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ED라는 선택지를 놓고 충분히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결정’이 아니라 ‘옳은 결정’이다.
(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