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거리’ 운동 미전역으로 확산
만연한 비만증, 환경오염에 자극받아
미국의 젊은 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가 있다. 그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가능하면 그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원한다. 어떤 도시일까. 샌프란시스코다. 미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도시가 바로 이 샌프란시스코이기 때문이다.
파스텔 색채의 고풍스런 주택에서, 언덕길, 다리 등 그 하나하나에서 미적 감각이 느껴진다. 이 샌프란시스코는 그저 태어난 게 아니다. 시정부가 도시의 미관을 위해 세심한 관리를 해온 결과다. 페인트칠은 건물주가 하지만 색은 시당국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지정해줄 정도로 도시 전체의 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
<차가 없는 날이 선포되자 거리로 나온 인파. 최근 미국에서는 20여개 시들이 잇달아 차 없는 날, 차 없는 지역을 선포했다>
오는 26일부터 샌프란시스코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게 된다. 그 날부터 9월30일까지 매주 토요일 골든게이트 파크를 관통하는 주도로인 존 F.케네디 드라이브가 차 없는 거리가 되면서 1마일에 이르는 이 거리는 자전거와 조깅하는 시민들로 가득차고 또 오락행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골든게이트 파크의 일부 지역은 일요일이면 벌써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돼 왔다. 그러다가 오랜 논란 끝에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 차량으로부터의 해방구 설정은 가정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다채로운 커뮤니티 행사를 가능케 한다는 판단에서다.
‘차 없는 거리를 만들자’ ‘차 없는 날을 정하자-. 이는 요즘의 트렌드다. 3년여 전부터 이 바람이 미국 전역에 불기 시작해 최소한 20개 도시가 일정한 날을 정해 특정거리를 ‘차량 해방구’로 선포했다.
뉴욕시는 센트럴 파크와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파크 주변도로를 올 여름 내내 ‘차 없는 지역’으로 선포할 예정이다. 아틀란타시는 53에이커의 유휴지를 자전거 전용의 녹지로 만들 계획이고 또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시카고 등도 각기 차 없는 날을 선포할 예정이다.
“공원은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것이지 자동차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시 당국자들의 인식이 점차 이렇게 바뀌면서 차 없는 지역 만들기 운동이 모멘텀을 얻고 있다.” 한 관계전문가의 말이다.
작은 도시들은 보다 적극적인 ‘차 없는 거리’운동을 펼치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가 그 모델로, 아이오아의 데이븐포트, 캘리포니아의 헌팅턴비치 등은 보고타의 ‘시클로비아’(ciclovia · 한 주 하루 자동차도로에 자전거만 다니게 하는 제도)를 본 떠 일정한 날을 정해 주요 도로를 차 없는 도로로 만들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처음으로 150개 도시에서 차 없는 날을 선포하자 도심거리로 나온 시민들>
이 계획에 특히 적극적인 시가 텍사스의 엘파소다. 이 달부터 엘파소시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7개 도로를 차 없는 거리로 선포한다.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도록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왜 엘파소는 텍사스주내 최초의 ‘시클로비아 시’가 되었나. 시민들의 건강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엘파소 시민들은 미국 내에서 가장 ‘뚱뚱한 4개 지역’ 주민으로 선정됐던 것.
이런 진단이 떨어지자 시민들이 뛰고, 달릴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위해 시 당국은 과감히 차 없는 거리 정책을 펼치게 된 것이다.
차 없는 거리, 차 없는 날 제정은 세계적 유행을 타고 있다. 그 한 예가 이탈리아로, 올해 처음 전국 150개 도시에서 차 없는 날을 선포했다. 그러자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던 도심가는 보행자와 자전거 등을 타는 인파로 넘쳤고 동시에 각종 오락행사가 베풀어졌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만족. 50%가 모든 일요일을 차 없는 날로 지정하자고 답할 정도였다.
지구 온난화란 환경문제와 만연한 비만증세로 인해 이 운동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차량 해방구’의 원조, 보고타
‘희망의 도시’ 대안으로 떠올라
콜롬비아의 보고타는 마약과 폭력, 그리고 정치적 혼란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이 도시가 그런데 요즘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약 때문이 아니다. 21세기 제3세계 도시의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다.
특별히 엄청난 재정을 쏟은 것도 아니다. 한 가지 공공정책을 편 결과 도시가 달라져서다. 공해가 줄어들었다. 녹지 공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민들에게 이 ‘도시의 구성원’이란 강한 정체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혼돈의 도시가 희망의 도시로 바뀐 것이다.
공공교통정책이 이 모든 것을 바꾼 것이다. 그 정책은 버스가 기반이 되는 급행교통체계(BRT)와 근 200마일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체계가 주축이다.
이 시스템을 지원하는 또 다른 제도가 한 주에 하루 시간을 정해 차도에 자전거 운행만 허용하는 ‘시클로비아(ciclovia)다. ‘차 없는 거리‘ ‘차 없는 날‘은 다른 나라의 경우 보통 반짝 행사로 끝난다.
‘시클로비아’는 그게 아니다. ‘시클로비아’가 실시되는 매주 일요일 보고타시에서는 총 연장 80마일 가까운 도로가 7시간 동안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진다. 이는 이미 만들어진 자전거 전용도로와는 별도의 구간이다.
이 ‘시클로비아’의 날이면 150만의 인파가 거리로 나온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도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맑은 공기를 마신다. 그리고 거리는 온갖 오락행사로 활기가 넘친다.
그 결과는 같이 모든 계층이 함께 어울리는 도시, 범죄 없는 도시다. 범죄율이 급히 감소한 것이다.
<‘시클로비아’가 실시되고 있는 콜롬비아 보고타의 도심.>
<외신종합>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