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 트레킹 개념도와 카트만두 중심에 위치한 불교사원 스왐부나트.
10일 동안 80km에 이르는 구간을 걷고 또 걸었다. 히말라야의 순박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산골짜기 아이들과 눈 맞추며 공감하기도 했다. 대원들 걱정, 고산병의 걱정과 싸워야 했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3,000m가 넘는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일출의 장엄한 광경을 보며 정말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꿈속에서 그리던 “신들의 영역” 안나푸르나로 떠난 10일간의 솔직한 기록을 정리해 본다.
-70년대부터 산악인들 몰려
세계의 지붕, 네팔은 인도의 북부, 티베트(중국)남쪽에 위치한, 인구 3,000만 명, 면적 147평방km, 한반도의 2/3정도 크기의 나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8,848m)를 비롯해 고산 14좌 중 9개가 있는 만년설이 뒤덮인 현대 문명을 모르고 사는 농업 국가이며 세계 유일의 힌두 왕국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 초반만 해도 네팔은 히말라야의 전설에 싸인 신비스러운 땅으로 여겨왔으나 19세기 중반부터 외부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 1950년 초반 프랑스 원정대의 모리스 엘조그가 인류 세계 최초로 8,000m급 안나푸르나 1봉(8,091m)을 등정하는 쾌거를 이룩한 이후, 1953년 영국원정대의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를 정복, 1970년대부터 서구의 산악인들이 트레킹 및 정상 정복을 시작하여 급속히 세계적인 등반과 트레킹의 대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과거와 현재 공존하는 카트만두
네팔의 전체인구 약 3,000만 명 중 500만 명이 수도인 카트만두에 산다. 카트만두는 신과 인간, 중세와 현대가 교차하는 오래된 도시로 네팔 분지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으로 둘러싸인 1,300m 높이에 있으며, 네팔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다. 시내는 분지라서 매연이 쉽게 빠지지 않아 도심의 대기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매우 나쁘다.
또한 카트만두 시내와 근교에는 수많은 불교와 힌두교 양식의 사원 등 아름다운 고대 건축물이 산재되어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느낌을 준다. 히말라야로 가는 관문이다 보니 타멜 거리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배낭여행객으로 항상 넘쳐난다. 미국에서 네팔의 카트만두를 가려면 항공편으로 한국을 경유해 가기도 하고 유럽(런던, 파리), 중동(두바이, 도하), 중국(상해, 광주) 등을 거쳐야 하는데 보통 20시간정도 소요된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표 코스
이 글은 TV, 신문, 인터넷 등 각종 매스컴을 통하여 장엄한 히말라야의 고봉을 오르려고 목숨을 걸고 고군분투하는 전문 산악인들의 감동적인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게 하며 트레커 들에게 항상 꿈과 희망을 주고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히말라야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껴본 10박11일간의 감동의 히말라야 트레킹 체험기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표적인 코스로 크게 쿰부 히말라야(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산군, 랑탕히말 산군 등 3개 지역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우리는 히말라야 트레킹 중 가장 쉽고 아름답다는 안나푸르나 산군을 트레킹 하기로 했다. 안나푸르나1봉(8,091m)은 7,000m급의 2, 3, 4봉과 안나푸르나 남봉, 닐기리(7,061m), 히운출리(6,441m), 투구체(6,920m), 마차푸차레(6,993m) 등 아름다운 6~7,000m급 산들을 거느리며 “풍요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에서 10번째로 높은 거대한 산이다.

카투만두 도착을 환영하는 꽃목걸이(왼쪽 두번째 디스커버리사 라나대표)(오른쪽). 안나푸르나산군(왼쪽 안나푸르나남봉, 중앙 히운출리, 오른쪽 마차푸차레.
제1~2일/11월10~11일, 맑음
-카트만두 공항의 영접객들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지난 봄 시즌에 아쉬움(지구 온난화의 영향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맑은 히말라야를 볼 수가 없었다)을 달래기 위해 1년 중 날씨가 가장 좋다는 11월에 다시 한 번 진행하게 되었다. 미국 동부와 서부, 한국 등에서 참가한 8명의 인원이 10박11일 동안 꿈속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왔다. 11월 9일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출발한 우리는 20시간 만에 아랍 에미레이트 두바이공항을 경유해 다음날 오후 5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트리뷰반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필자와 같이 20여년간 히말라야 등반을 같이한 유능한 동료이기도 하고 한국에 찾아와 전문 등반을 배운 제자이기도 한 디스커버리 어드벤쳐사의 비노드 라나 대표(지금은 히말라야를 찾는 전문등반 팀과 트레킹 팀을 안내하는 회사의 사업가가 되어 있다)와 우리말을 유창히 잘하는 로산 셀파가 공항에 영접을 나와 일행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반갑게 재회하였다.
-삼겹살과 소주
준비된 전용 버스로 공항을 출발해 곧바로 사람과 차량이 뒤엉킨 복잡한 시내를 통과해 숙소인 레디슨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로 필자의 친구이며 대한산악협회 네팔연락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앙 도르지 셀파가 운영하는 빌라 에베레스트라는 한국음식점에서 삼겹살과 소주 한 잔 곁들이며 장시간 비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본다.
다음날 오후에 도착하는 LA대원, 한국대원과의 만남을 앞두고 서울 남대문시장과 흡사한 여행자의 거리인 타멜(각종 등산장비와 네팔의 특산품을 파는 시장으로 모든 여행객들이 모이는 장소이다)로 나가 트레킹에 필요한 트레킹용 스틱, 물통 등 장비를 쇼핑한다. 이곳 타멜 거리에서는 트레킹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빈 몸으로 와도 트레킹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구할 수 있다. 저녁이 되어 8명의 참가자가 모두 모여 준비물 점검과 다음날의 일정을 설명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카트만두 중심가 여행자거리인 타멜과 포카라행 비행기에서 본 히말라야 파노라마(오른쪽).
제3일/11월12일, 맑음
카트만두(Kathmandu 900m, 09:00 항공기) - 포카라(Pokara 820m, 10:00 전용버스) - 나야풀(Nayapul 1,070m, 12:00도보) - 비렌탄티(Birethanti 1,025m, 13:00 점심) - 힐레(Hille 1,430m, 17:00) / (항공, 버스이동 3시간, 전체 산행 5시간)
-제2의 도시 포카라
오늘은 힐레(Hille 1,430m)까지 가는 트레킹 첫 날이다. 11월12일 아침 국내선 비행기(30인승 경비행기)에 탑승하여 안나푸르나 트레킹 기점인 포카라로 향한다. 포카라는 어느 곳에서나 히말라야의 만년 설산을 감상하기 좋아 많은 여행객들이 들러 가는 네팔 제2의 도시이다. 가기 위해 로산과 함께 카트만두 국내선 공항에 나오니 세계 각국에서 모인 트레커들로 좁은 공항이 발 디딜 틈이 없다.
네팔 국내선 비행기는 20인~30인이 탑승하는 경비행기로 카트만두에서 어디를 가든 히말라야 상공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동서로 뻗어 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 설산을 감상하기 좋아 일부러 국내선 비행기를 탑승하는 여행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22명의 대원들
포카라에 내려 전용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히말라야 자락의 산길을 약 2시간 정도 달리니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의 산행 기점 나야풀에 도착했다. 참가대원 8명과 포터 8명, 주방팀 4명, 셀파 2명 등 총 22명이 안나푸르나 트레킹 대열을 이룬다. 오늘은 나야풀(1,070m)에서 출발해 비레탄티에서 점심식사 후 힐레(1,430m)까지 약 3시간의 일정이다. 나야풀에서 힐레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나야풀에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든지 아니면 지프를 타고 힐레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이 구간은 비포장도로가 나오면서 흙먼지가 심해져 애를 먹을 수 있다. 힐레는 고레파니로 향하는 코스 중 가장 처음 만나는 마을로 포카라에 묵지 않고 바로 안나푸르나로 들어온 트레커들이 하룻밤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비레탄티 체크포스트(왼쪽). 3,500개의 계단을 알리는 표지.
-한식요리도 척척
우리 팀의 전용 쉐프인 부띠가 차려준 비빔밥은 항공, 차량에 이동에 지친 대원들의 입맛을 살려주며 힘차게 트레킹의 첫 발을 내디딜 수 있게 한다. 필자의 입맛까지 잘 아는 부띠를 포함한 주방팀 4명은 트레킹 기간 동안 각종 차를 비롯해 한식 요리로 입맛을 돋궈주며 먹는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점심 식사 후 비레탄티의 체크포스트에서 입산허가서를 체크한 후 트레킹을 다시 시작한다. 트레킹이란 말 그대로 문명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서 하이킹 하듯 잘 개발된 코스를 따라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산행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말한다. 특별한 등산 기술이나 전문적인 산악 장비가 없이도 즐기는 도보 여행이다.
-고산병 치료와 비아그라
그러나 네팔 히말라야 산맥은 7,000m급 이상의 고봉이 100여개 넘는 산맥이라 네팔은 트레킹의 천국이다. 대체로 6,000m급 이상의 산을 오르는 것은 전문 등반이라 하고 그 이하의 산들의 산행을 트레킹이라고 구분 할 수 있다. 그러나 네팔 히말라야는 추위, 눈사태, 고산병 같은 예기치 않은 위험요소가 내포하고 있어 기초 체력훈련과 기본 장비를 잘 갖추고 출발해야 한다.
트레킹 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우기가 끝나는 10월-11월이 가장 좋고, 3-4월에도 많이 트레킹을 가지만 안개가 많이 끼고 눈, 비가 가끔 내린다. 또 가장 조심할 것은 고소 즉 고산병이다. 3,000m 이상 오르면 고산증세가 오는데 천천히 고도를 높이고 더운물을 많이 마시고 미리 고소 예방 약품인 아세타졸라마이드 또는 우리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로 알려진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원들은 화창한 날씨에 수줍은 듯 살짝 얼굴만 내민 안나푸르나 남봉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트레커들과 반갑게 나마스테(안녕하세요의 네팔어)라고 인사를 하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며 턱에 차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계단 길을 올라간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지루한 돌계단 길을 숨을 고르며 오른다.
우리 팀은 트레킹 첫날 나야풀을 출발한지 5시간 만에 오늘 트레킹의 목적지인 힐레에 닿을 수 있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쉐프 부띠가 특별히 준비한 야크 불고기이다. 현지에서 생산된 무공해 신선한 야채와 한국과 미국에서 공수한 소주와 밑반찬(깻잎 장아찌, 낙지젓갈, 구운김 등)을 곁들인 야크 불고기는 어느 요리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저녁 만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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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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