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그 10일간의 기록 3

셀파, 가이드, 포터들과 함께.
10일 동안 80km에 이르는 구간을 걷고 또 걸었다. 히말라야의 순박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산골짜기 아이들과 눈 맞추며 공감하기도 했다. 대원들 걱정, 고산병의 걱정과 싸워야 했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3,000m가 넘는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일출의 장엄한 광경을 보며 정말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꿈속에서 그리던 ‘신들의 영역’ 안나푸르나로 떠난 10일간의 솔직한 기록을 정리해 본다.
제7일/11월16일, 맑음
타따바니(Tadabani 2,630m, 09:00) - 간드룩(Gandruk 1,940m, 13:00 점심 및 산행종료) / 산행시간: 4시간.
네팔의 특수 엘리트 부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 마차푸차레에 둘러싸인 히말라야의 정원 타따바니에서의 아침식사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오늘은 대원들의 컨디션 조절과 내리막길이 돌계단의 연속이라 산행을 짧게 잡는다. 간드룩은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중 현지인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산행을 일찍 마친 대원들은 현지 마을 체험에 나선다. 네팔, 티베트, 부탄, 인도, 파키스탄을 포함한 히말라야 지역에는 현재 80개 이상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안나푸르나에서는 그중 히말라야 남쪽 지역 원주민인 구릉족을 만날 수 있다.
구릉족은 수천 년 전부터 티벳 불교와 힌두교를 결합한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구릉족 남자는 강인하기로도 유명한데, 네팔의 특수 엘리트 부대 “고르카”의 일원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거나 목축을 하며 살아왔지만, 2,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 산다고 해서, 구릉족의 생활도 원시적일 거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물론 농업이나 목축업에 종사하는 가정이 대부분이지만, 집에 전기도 들어오고 위성 TV도 설치되어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 보급도 늘고 있어 곳곳에서 SNS에 열중하는 젊은이들도 자주 볼 수 있다. 산속 구석구석까지 송신탑이 설치되어 있어 Wifi 신호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트레커들이 이 문명의 혜택을 누리려면 하루 5달러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종종 산속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패셔너블한 차림의 구릉족 젊은이들도 보이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류를 포함해 최신 유행에 민감한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안나푸르나 역시 포카라나 카트만두 등 대도시로 나가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 중에 하나인 네팔! 열악한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왔고 가난하고 초라한 삶이지만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그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고, 항상 웃음을 띠우는 민족 그리고 친절하다. 이런 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해 보는 것은 잊고 사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이리라!

타따바니에서 히말라야를 정원 삼아 아침식사를 즐기는 대원들(왼쪽). 구릉족이 사는 안나푸르나 간드룩 마을 전경.
제8일/11월17일, 맑음
간드룩(Gandruk 1,940m, 08:00 점심) - 란드룩(Landruk 1,550m, 12:00 점심, 산행종료)
란드룩(Landruk 1,550m, 14:00 차량이동) - 오스트렐리안캠프(Australian Camp 1,900m, 16:00) / (산행시간 : 4시간, 차량이동 2시간)
당나귀와 조랑말
어제 반나절의 휴식을 취한 대원들의 컨디션이 좋은지 아침부터 유쾌한 웃음소리가 히말라야 하늘을 가른다. 이제 어느덧 마지막 산행이다. 오전에 4시간 정도 운행하면 안나푸르나 산행 스케줄은 종료된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돌계단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짐을 실은 당나귀와 조랑말 한 무리가 연신 종을 울리며 지나간다. 경사 급한 계단 길을 어찌나 잘 지나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에베레스트가 속해 있는 쿰부 히말라야에서는 야크(Yak)들이 짐을 운반하는 운송수단이지만 안나푸르나는 당나귀나 조랑말들이 짐을 운반한다. 기후 관계로 안나푸르나 지역은 야크가 살지 못한다. 포터들은 짐을 무겁게 지고 가지만 항상 노래를 부르며 우리 팀의 앞뒤 간격을 유지하며 안전하고 편안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항상 웃으며 우리를 따라와 함께 쉬기도 한다.

히말라야의 주요 운송수단인 당나귀와 포터(왼쪽).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종착지 란드룩을 향해 마지막 고갯길을 오르는 대원들.
간드룩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3대 미봉 중 하나인 마차푸차레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중 최고로 꼽힌다. 마치 물속에서 솟아 오른 물고기 꼬리 같이 생겼다 해서 “Fish Tail”라고 불린다. 힌두교도들이 그들의 신 “시바” 부인 파르마티의 신혼여행지라고 하여 신성시하는 산이다. 그래서 네팔 정부가 등반 허가를 내주지 않아 공식적으로는 지금껏 미 등정 봉우리로 남아있다. 마차푸차레의 모습이 정말 물 밖으로 솟구쳐 오른 물고기의 꼬리를 닮았다.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남봉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는 모습은 너무나 환상적인 풍광이다.
염소 수육으로 작별 파티
해발 1,900m인 오스트렐리안 캠프는 일반인 누구나 쉽게 차를 타고 올라와 히말라야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뷰 포인트이다.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멀리는 히말라야 제8위봉 마나슬루(Manaslu 8,156m)까지 조망이 가능한 운치 있는 예쁜 마을이다.
저녁엔 대원들의 입맛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던 쉐프 부띠가 산행에 지친 기운을 북돋아 준다고 특별히 염소를 잡아 수육과 탕으로 준비하고 산행 종료 파티를 연다. 오늘밤을 끝으로 내일이면 우리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보여준 주방팀, 포터들과도 작별이다. 착하고 순박하며 자신들이 힘들어도 항상 웃음을 보내준 포터들! 이번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편안하고 무사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부띠와 포터들에게 대원들의 성의를 모은 팁을 전하며 감사의 인사를 대신한다. 대원들과 고용인들이 함께 어울려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격인 네팔 민요 “레쌈삐리리”를 맘껏 부르며 취해도 기분 좋은 밤이다.
포터들은 누구인가
네팔의 포터들은 대부분 산악지역 출신으로, 숙소나 쉼터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흥미로운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 학비를 마련하려 시즌에만 포터 일을 하는 학생도 있고, 경력 20년이 넘은 베테랑도 만날 수 있다. 20~30대의 젊은 남자들로, 대부분 경력이 쌓이면 가이드로 직업을 바꾼다고 한다. 체력만 강하면 포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우선 포터로 경험을 쌓으면서 히말라야의 지리를 익혀야 하고, 다음엔 주방팀에 들어가 요리를 배워야 한다. 전 세계 트레커들의 취향에 맞춰 요리를 해야 하는 것. 트레킹을 시작하면 일주일은 기본, 15일 이상 고객과 함께 생활하므로 의사소통도 필수. 대부분 영어를 기본적으로 구사하고, 요즘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가이드도 있다.
제9일/11월18일, 맑음
오스트리안 캠프(Australian Camp 1,900m, 09:00) - 칸테(Kande 1,770m, 10:30 트레킹 종료) - 포카라(Pokara 820m, 12:00 전용버스) / (산행시간 : 1시간30분, 차량이동 1시간)
히말라야의 허브 도시
아침에 1시간30분 정도 하산하여 칸테에 도착 포터들과 헤어져 대기한 전용차량으로 포카라로 이동한다. 포카라는 네팔의 제2의 도시로 해발 820m 분지에 위치한 중서부지방의 관광, 교육의 중심지이며 카트만두에서는 200km 떨어져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모여 있는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고도 8000m가 넘는 14개의 산 중 3개(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마나슬루)가 포카라에서 40마일 이내에 있다고 생각하면 절로 들뜨게 된다. 히말라야를 찾는 모든 트레커가 거쳐 가는 일종의 허브 도시 구실을 하고 있다. 포카라에서 가까운 안나푸르나뿐 아니라 무스탕이으로 향하는 트레커들도 포카라에서 차량을 이용해 트레킹 지점까지 이동한다.
수많은 트레커가 찾는 도시인 만큼 여행자를 위한 시설이 훌륭한 편이니 여유가 있다면 시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대부분 포카라를 찾는 여행자들은 페와 호 앞에 조성된 여행자의 거리를 찾는다. 카트만두와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깨끗한 분위기의 거리에 등산용품점, 기념품점, 카페 등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어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난다.
트레킹 후 휴식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하고 전망 좋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우리는 포카라에서 가장 좋다는 5성급 호텔 샹그릴라 리조트호텔에 도착해 욕조의 몸을 담그며 창가를 통해 펼쳐지는 안나푸르나 산군, 이 산들이 근처의 페와 호수에 비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히말라야와의 아쉬운 이별 연습을 한다.

롯지 앞마당에서 차를 마시며 일출을 감상하는 대원들(왼쪽). 히말라야 3대 미봉인 마차푸차레(오른쪽)의 여명.
제10일/포카라 - 카투만두, 맑음
등산의 자기와의 싸움
등산은 오직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 뿐 그 누구도 대신하여 주지 않는다. 철저한 고독의 길이다. 자기 자신의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계를 극복 그 과정을 통하여 얻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한 재발견이 아닐까? ‘등산’은 싸울 상대가 없으며 심판도 없다. 단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등산을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한다.
히말라야 연봉의 파노라마와 장엄한 설산! 신비스러운 대자연에 펼쳐지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관! 눈부신 푸른 하늘,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는 별, 안나푸르나 원시림과 신들만이 산다는 만년설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산군을 찬란하게 물들이는 일출과 석양의 신비스러운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장관이었다.
‘풍요의 여신’이라는 이름처럼 안나푸르나 지역의 트레킹은 풍요롭기 그지없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는 자기의 체력에 맞게 다양한 코스가 있고 숙박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많은 트레커들의 가장 사랑받는 코스이다. 우리 팀은 10일 동안 트레킹을 통하여 안나푸르나 지역의 웅장한 설산을 바라보며 감동하였고 고산에 사는 히말라야를 끼고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 가이드와 포터들과 네팔 민요 레쌈삐리리를 함께 부르며 서로 정도 나누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도 보냈다.
히말라야는 한 번 찾게 되면 마약과도 같아서 다시 찾는 비율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돌아오자마자 2017년 4월에 예정된 에베레스트가 버티고 있는 쿰부 히말라야 지역의 트레킹이 그리워진다. 이번 트레킹 기간 동안 힘들고 좋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트레킹을 마친 자랑스러운 6~70대 노익장 대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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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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