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나는 민중의 한명
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역사가 존 로스롭 모틀리는 그를 정직함, 노련함, 순박함, 현명함, 쾌활함 그리고 용기를 가지고 때론 실수하지만 그 실수를 거쳐 옳다고 믿는 대로 전진하는 위대한 아메리카의 평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민중의 한 명이란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노예의 주인이 되고 싶지도 않다. 이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내 생각이다.”
평범한 사람, 평범한 것들을 사랑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도 평범한 민중을 사랑하실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이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드셨으니까.”
-연방 수호의 신념
그는 아메리카 국민성의 가장 빛나는 장점을 몸소 구현한 인물로 타고난 자애성과 따뜻한 동정심을 지니고 있었다. 대다수의 양키와 달리 그는 남부인을 증오하지도 않았다. 그는 남부인을 가리켜 ‘우리의 옛 친구이며 경쟁자’라 불렀고 그들의 난처한 입장을 이해했다. 남부에 대한 그의 정책은 강경하면서도 온화했다.
그는 노예제도 확대를 억제하고 점차 소유자에게 보상금을 주어 노예해방을 실현하려 했으며 무엇보다 연방을 수호할 생각이었다. 이 점에서 그의 신념은 확고부동했고 필요하다면 서슴지 않고 강경한 결단을 내렸다.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수호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노예를 해방시켜야 연방을 수호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며, 일부 노예만 해방시키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어야 연방을 수호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
-섬터 요새 포격
링컨의 모든 성명처럼 이 말에서 우리는 그의 순박성과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든 타협, 고집이 조화를 이룬 결정을 볼 수 있다.
연방 수호를 위해서는 더 이상의 주가 탈퇴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노예 준주와 자유 준주의 경계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거취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링컨은 이들 주를 연방 쪽으로 포섭하기 위해 미주리와 메릴랜드 출신의 인물을 각료로 임명했다. 섬터 요새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도 거취가 분명치 않은 주의 감정을 악화시킬까 염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부인은 그를 조소했다.
“링컨은 하나님을 자기편으로 모시려 하지만 그에게는 켄터키가 더 필요할 것이다.”
링컨은 각료들의 권고를 물리치고 보급물자를 수송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4월 12일 남부동맹 정부가 선수를 쳐서 요새를 포격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요새는 화염에 휩싸였고 앤더슨은 항복했다. 요새에는 성조기 대신 남부동맹의 성봉기가 높이 휘날렸다.
-남부와 북부로 분열
15일 링컨은 7만5,000명의 민병을 3개월간 복무하도록 징집한다는 포고를 발표했다. 사실 워싱턴에서는 그를 둘러싼 공기가 매우 소란스러웠다. 수도는 남부에 마음이 기울어진 버지니아인의 것이었고 관청은 그들의 적인 북부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섬터 요새가 점령당하면서 전 북부인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했다. 남부동맹 정부가 연방의 국기를 포격하면서 모든 당파의 결속을 이끌어낸 것이다.
민주당 출신인 전 대통령 피어스와 뷰캐넌은 링컨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글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쟁에 중립이란 없다. 애국자 아니면 반역자다.”
남부도 섬터 요새를 점령한 후 같은 말을 했다. “하나님은 우리 편이시다.” 누군가가 물었다. “왜요?” “말할 것도 없지 않나요? 하나님은 양키를 싫어하니까요. 하나님이 현명하다는 것을 당신은 모르세요?”
버지니아, 테네시, 아칸소, 노스캐롤라이나도 탈퇴파에 가담했고 버지니아의 리치먼드 시를 남부동맹의 수도로 정했다. 흑인들은 내심 커다란 변화를 기대했으나 초기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네 개의 노예주인 델라웨어, 메릴랜드, 켄터키, 미주리는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은 후 연방에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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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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