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맛 좋은 이천쌀, 1490년 성종 때부터 진상
▶ 25첩 반상·연잎찰밥정식 등 맛집도 곳곳에
“이천은 복 받은 땅이에요. 흙이 비옥해 어떤 작물을 심어도 농사가 잘됩니다. 물이 좋아 내로라하는 주류·음료 업체들이 모두 이천에 자리 잡고 있고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천 쌀과 장호원 복숭아가 유명한 것만 봐도 이곳이 천혜의 땅임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천 취재에서 현지 주민에게 들은 자랑이다. 아닌 게 아니라 호구(糊口)에 급급하던 그 옛날, 차진 밥맛으로 임금님께 쌀이 진상됐다는 사실은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추석 연휴의 체증을 뚫고 온 들판이 노랗게 물든 이천을 찾아 이곳 쌀로 지은 밥과 떡·한과의 맛을 보고 돌아왔다.
이천 쌀의 명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 농업서적 ‘행포지(杏浦志·1825)’에 이미 ‘이천에서 생산된 쌀은 그 품질이 뛰어나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다. 이천 쌀은 ‘자채쌀’이라고도 불리는데 자채쌀은 이천을 중심으로 인접해 있는 일부 지역에만 재배됐던 양질(良質)의 극조생종(極早生種·올벼) 쌀을 의미한다.
이천 쌀이 진상미가 된 사연도 흥미롭다. 1490년 성종이 여주의 세종대왕릉에 성묘하고 환궁길에 이천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 맛이 좋아 진상미로 올렸다는 사실은 이천부사 복승정 문헌에 전해지고 있다.
이 지방 민요 ‘방아타령’과 ‘자진방아’에도 쌀 맛과 관련한 내용이 나온다. 노래 속에는 ‘여주이천 자채방아’ ‘금상따래기 자채방아’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금상따래기’는 진상미를 재배하는 논을 의미한다.
동국여지승람(조선 성종 때 지리역사책)도 “이천은 땅이 넓고 기름진 곳으로 밥맛 좋은 자채쌀을 생산하여 임금님께 진상하는 쌀의 명산지”라며 “똑같은 품종을 심더라도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쌀보다 밥맛이 더 좋다”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주장을 분석해보면 △추수철에 일조량이 많고 밤낮의 기온차가 커서 결실이 잘되는데다 △토질은 찰흙과 모래가 섞인 사양질 토양으로 양분 흡수가 잘되며 △농가의 88%가 지하수를 이용하는데 물에는 밥맛을 좋게 하는 마그네슘(Mg) 성분이 풍부하며 △화강편마암 성분의 회적갈색의 점토 함량이 높고 마사토로 이뤄져 물 조절이 잘 되고 생육 후기까지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천의 맛집들
이천에는 쌀로 만든 별미가 여럿인데 그 중에서 먼저 맛을 봐야 할 것은 이천 쌀밥이다.
이천시내에는 한정식집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데 그중 이름이 난 민속식당은 이천쌀밥정식(1만2,000원), 간장게장정식(1만5,000원), 곤드레밥정식(1만5,000원), 뽕잎밥정식(1만5,000원),연잎찰밥정식(2만원) 등을 맛볼 수 있다. 경기 이천시 마장면 덕평로882번길 2-23
청학동 한정식은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에도 등장하는 곳으로 25첩 반상으로 유명한데 한상정식(1만5,000원), 특정식(2만2,000원)이 있으며 가격 대비 풍성한 상차림이 특징이다. 경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502
이 밖에 이천 쌀로 밥을 지어 계절별로 30가지가 넘는 밑반찬을 곁들여 내오는 청목도 들러볼 만하다. 경기 이천시 경충대로 3046
식사를 마쳤다면 쌀로 만든 후식을 맛봐야 한다. 이천의 영농조합법인 ‘단드레한과(http://2000ddl.com)’는 김원숙(71) 대표가 지난 2001년 설립한 업체다. 가내공업 형태로 혼자서 하던 사업이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의 유명업체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1995년부터 농업기술센터에서 기술지원을 받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직접 농사를 지은 찹쌀·참깨·황기·쑥을 사용해서 찹쌀약과 매작·깨강정 등 30종류의 한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영농스타선발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수많은 수상실적을 자랑하는 이 집에서는 1만원을 내면 체험활동을 할 수 있으며 자기가 만든 한과는 가져갈 수도 있다. 경기도 이천시 단월로 38번길 42-48(단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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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이천)=우현석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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