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소득층… 다운그레이드 구매
▶ AI 활용한 가성비 지출 트렌드
▶ 계층간 소비 양극화 현상 뚜렷
▶ ‘선구매, 후결제’ 당분간 지속

작년말 소비자들은 경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올해도 작년 소비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
지난해 연말 소비자들은 경제 상황에 대해 비관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는 사상 최대의 소비 지출을 기록한 한 해였지만,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수치는 아니다. 컨설팅사 EY-파르테논의 윌 오친클로스 연구원은 “연말 지출 트렌드와 관련 상반된 데이터가 많다”라며 복잡 미묘한 현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상품 항목과 유통업체, 브랜드, 소비자 소득 수준, 고용 안정성, 주식시장 투자 현황에 따라 분석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작년 연말 소비자 지출 통계를 바탕으로 경제학자들과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 경제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 올해 소비 전망 대체로 맑음크레딧 카드 결제 네트워크 업체 비자의 마이클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현 경제에 대해 느끼는 것과 실제로 지출하는 트렌드 사이에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현재 소매 경기를 진단했다. 소비 지출은 미국 경제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이 같은 괴리는 유통업계와 경제학자들의 향후 경제 전망을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소비자들은 예년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업률이 서서히 상승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안정적이다. 전반적인 임금 상승률도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금리는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지난해 연말 소비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예산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프트 카드 사용이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유통업체들은 연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할인 판매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세금 환급액이 예상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상반기 소비를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고소득층도 ‘다운그레이드 소비’지난해 연말 고소득층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을 찾아 쇼핑하는 이른바 ‘다운그레이드 소비’ 트렌드를 보였다. 이에 따라 월마트와 ‘TJX’(티제이맥스, 홈굿즈, 마샬스의 모회사)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대폭 늘었지만 올해 매출을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크레딧 카드 결제 업체 매스터 카드의 미셸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전에 없이 늘어난 불확실성으로 긍정적인 경제 지표에도 회의적인 시각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관세 정책도 기업들이 예의 주시하는 요인이다.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만약 대법원이 관세를 ‘비상 조치’로 인정하지 않으면 유통업체와 수입업체들은 관세 환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부담이 미국 내 유통업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소비자에게 최종 전가됐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예일대 산하 공공정책·재정 분석 연구기관 버짓랩은 관세로 인해 미국 가계의 연간 지출이 약 1,800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 AI 활용 ‘가성비 소비’ 트렌드
지난해 연말 쇼핑 시즌 가치와 실속을 중시하며 생활 필수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두드러졌다. 식료품, 임대료, 공과금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고가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연말 할인 행사까지 기다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크레딧 카드 결제업체 비자의 조사에서는 지난해 물가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품목의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편의성을 중시하면서 일반 잡화점 매출은 약 3.7% 증가했고, 의류와 액세서리는 약 5.3%, 전자제품은 약 5.8% 늘었다. 전자제품의 경우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도구 사용이 급증한 것도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챗봇을 ‘할인 상담가’처럼 활용하며 지난해초부터 11월까지 AI 관련 사용량은 전년 대비 약 758%나 급증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 집계). 한편, 지난해 나타난 가치 중시 소비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 소비 양극화 뚜렷일부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연말 소비 지출이 늘었다고 해서 올해까지 소비 모멘텀이 이어질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지나치게 긍정적인 전망을 경계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 지출 증가가 가격 상승에 따른 명목 효과인 점 외에도, 경제 전반에 완충 역할을 해온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감안해서 전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목효과는 상품 가격이 올라 지출 통계가 커 보이는 현상이며 부의 효과는 주택 및 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더 부유해졌다고 느끼면서 소비를 늘리는 효과다.
경제분석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 기준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구가 전체 소비의 약 50%를 차지했는데, 이는 1990년대 초반(약 35%)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들 소비자는 대체로 주택을 보유하고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데, 두 자산 모두 2020년 이후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UBS 투자은행의 애비게일 와트 이코노미스트는 “상위 소득 20%가 전체 기업 주식과 뮤추얼펀드의 약 87%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고소득 소비자는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저소득 층은 압박을 받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저소득층은 블루칼라 일자리 감소와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앞으로 가계 재정에 더 크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들 소비자는 저축 여력이 적고 학자금 대출을 보유 비율이 높아 식료품, 주거비, 공과금 등 필수 생활비에 큰 압박을 받는 계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품 구매, ‘선구매 후결제’(BNPL) 지출, 기트프카드 등의 방식으로 지난해 연말 소비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연말 쇼핑 시즌 동안 BNPL을 통한 소비 규모는 약 10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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