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연출 김태호 등)이 오는 29일 200회를 맞는다.
2005년 4월23일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인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무한도전’은 이후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 ‘1박2일’ㆍ’패밀리가 떴다’ㆍ’남자의 자격’ 등 후속 프로그램들의 원조가 됐으며 자막을 프로그램의 보조 수단에서 그 자체로 웃음을 주는 중요한 등장인물로 격상시켰다.
‘무한도전’은 특히 주말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롱런하면서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황소와 인간의 줄다리기로 1회를 시작한 이후 200회를 맞을 동안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펼치는 도전은 한계를 모를 정도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돌+아이’에서 ‘쩌리짱’까지…리얼 버라이어티의 원조 =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 예능의 새로운 포맷을 탄생시켰다.
항상 남을 배려(혹은 배려하는 척)하지만 ‘진행병’이 있는 유재석부터 이기적이어서 카메라를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2인자’ 박명수, 쉽게 토라지지만 정이 깊은 ‘동네 바보 형’ 정준하, 웃기는 것 빼곤 뭐든 잘하는 ‘어색한 뚱보’ 정형돈, 저질 춤을 ‘작렬’시키는 ‘돌+아이’ 노홍철, 최근 공익근무 소집해제 후 합류한 ‘땅꼬마’ 하하까지 실제 출연진의 성격에서 꼽아낸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멀게만 느껴지던 스타 연예인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친구 혹은 형(오빠)ㆍ동생의 영역으로 내려왔고 이는 충성심이 높은 시청자층을 만들어내며 ‘무도빠’(무한도전의 광팬)’라는 팬덤을 낳기도 했다.
공개 무대에서 벌어지는 콩트나 경쟁적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던 토크쇼, 남녀 연예인들의 짝짓기 게임 등이 주류였던 예능 프로그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은 것이다.
방송 초기만 해도 생소했던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은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남자의 자격’ ‘청춘불패’ ‘천하무적야구단’ 등 비슷한 형식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5년 전에는 존재도 없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젠 케이블TV를 포함하면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 자막, ‘큰 웃음’과 ‘빅 재미’를 주다 = 200회 동안 ‘무한도전’이 예능 프로그램에 만들어 넣은 새로운 ‘혁신’은 바로 자막에 있다.
과거의 자막이 ‘관찰자 시점’에 있었다면 ‘무한도전’의 자막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자유로워진 것이다.
출연진의 대사를 읽기 쉽게 적어 놓은 수준에 갇혀 있던 자막이 출연진의 심리 상태를 설명하고 나아가서는 장난을 걸거나 격려를 하는 수준으로 자유로워진 것이다.
‘무한도전’의 자막은 글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영상을 가지고 마음껏 장난치는 네티즌들의 성향이 반영된 듯 그래픽이나 그림 이미지들도 자유자재로 멤버들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타박을 받는 멤버들은 어김없이 해골 그림이 뒤덮이고 다른 멤버들에게서 비난이 쏟아질 때에는 만화의 한장면처럼 칠판닦이 그래픽의 세례를 받는다.
갑자기 착한 척하는 박명수 옆에는 파스텔톤 하늘색의 구름 박스 안에 ‘고분고분’이라는 말이 쓰이며 박명수에게 도전하는 정형돈에게는 울퉁불퉁한 별표에 ‘깐죽’이라는 설명이 등장하는 식이다.
시청자들은 노홍철에게 2단옆차기를 날리는 정형돈을 보고 한번 웃었다가 "분기마다 한번씩 웃기는구나"라는 자막을 보고는 다시 웃음이 빵 터진다.
◇ 황소 줄다리기에서 알레스카 김상덕씨 찾기까지…’이러고 있다~’ = 첫회 멤버들이 황소와 줄다리기를 할 때 일부 시청자들이 보였던 "저런 무모한 짓을 왜 하지?"라는 반응은 200회를 앞둔 이제는 찾아 보기 힘들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Isn’t she lovely’를 콘서트 무대에서 연주했고 댄스스포츠에 도전했고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섰으며 1년 내내 벼농사를 지었다. 최근에는 농담삼아 던진 말이 화근이 돼 알래스카에 김상덕씨를 찾으러 길을 떠났다.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뉴욕으로 향했고 돌아이 콘테스트를 열며 전국의 ‘돌아이’를 끌어모았으며 자체 가요제를 열고 히트곡을 양산하기도 했다.
도전이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멤버들이 펼치는 무모한 도전에 웃고 감동하고 때로는 안타까워하며 ‘무한도전’의 세계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무도빠’들이 ‘무한도전’에 열광하는 또다른 이유는 눈에 거슬리지는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세상을 향한 발언들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정국에서는 "미국산 소 쓰러지듯" "살수차 유혹 참는 소녀들의 대통령" "뇌용량 1.9메가"라는 민감한 말이 자막에 묻어 있었고 이 같은 자막은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무도빠’들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남산의 철거지역을 배경으로 등장시켰던 ‘여드름 브레이크’에서는 강제철거로 텅 비어 있는 철거촌 아파트를 보여줬으며 좀비 특집인 ‘28년후’가 방송된 이후 네티즌들은 1970년대 독재시대와 현재에 대한 은유라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 매너리즘 깨고 ‘고고 고~’ =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 수많은 아류 프로그램 사이에서 ‘무한도전’이 계속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멤버들이 앞으로 해낼 도전에 달려있다.
매너리즘에 대한 경계는 제작진 스스로도 가장 큰 경계의 대상이다. 제작진은 ‘대학생 크리에이티브팀’을 꾸려 프로그램 모니터링을 하게 하고 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으며 ‘자뻑’을 경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도 ‘무한도전’의 도전은 계속된다. 멤버들은 장기 프로젝트로 레슬링을 배우고 있으며 한일합병 100주년을 맞아 특집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제작진의 아이디어는 끊길 줄 모른다.
문화평론가 탁현민(한양대 겸임교수)씨는 "’무한도전’의 매력은 예능을 위한 리얼함을 강조한 게 아니라 리얼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혀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온다는 것, 즉 프로그램에 진정성이 있다는 데 있다"며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짜여진 각본을 가지고 ‘넌 웃어야돼’라는 식의 느낌을 주는데 ‘무한도전’은 그런 기분을 없애줬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 익숙함과 친밀함이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원인이라는 점을 ‘무한도전’은 잊어서는 안된다"며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인기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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