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가 아닌, 신데렐라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관심을 모았던 KBS 2TV ‘신데렐라 언니’가 기획의 참신함을 살리지 못하고 지난 3일 맥없이 막을 내렸다.
4일 TNmS에 따르면 마지막회 시청률은 22.7%로 동 시간대 1위의 기록은 냈지만 자체 최고 기록은 아니었다.
통상 드라마들이 마지막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신데렐라 언니’는 힘이 떨어진 스토리로 인해 마지막회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문근영, 서우, 이미숙, 천정명, 옥택연 등 스타들이 포진하고 남녀노소가 익히 아는 동화 신데렐라 이야기를 비튼 ‘엣지’ 있는 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지만 초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외형의 매력을 20부가 진행되는 동안 제대로 발전시키는 데 실패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설정에서도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이상 동화는 없다?’..결국 동화로 끝나 = ‘신데렐라 언니’는 ‘더 이상 동화는 없다’를 모토로 내세웠다. 계모와 의붓 언니들에게 구박받던 먼지투성이 신데렐라가 유리구두, 호박마차, 왕자님을 만나 인생 역전하는 스토리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런 설정은 액면 그대로는 맞았다. 적어도 극중 신데렐라인 효선(서우 분)이 왕자님 기훈(천정명)과 연결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신데렐라의 언니 은조(문근영)가 결국 왕자님과 연결됨으로써 드라마는 설정이 약간 다를지언정 동화로 막을 내렸다.
‘신데렐라 언니’는 동화에서는 조연에 머물던 계모와 의붓언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특히 의붓언니를 악역이 아닌, 상처투성이 외골수로 그리고 신데렐라는 공주처럼 자라나 나약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답답함을 주는 캐릭터로 설정한 점이 흥미로웠다.
이처럼 파괴된 동화의 설정은 단선적인 선악 대비를 뛰어넘어 저마다 궁지에 몰린 등장인물들의 심리 탐구에 몰입하게 했다. 초반에는 그랬다.
그러나 드라마는 마음의 빗장을 닫아걸어 냉소적이고 차가울 수밖에 없었던 은조의 마음을 너무 일찍 녹여버림으로써 중반 이후 스토리를 끌고 갈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동력을 상실한 ‘신데렐라 언니’가 기댈 곳은 그때부터 다시 동화일 수밖에 없었다.
◇신데렐라의 복수는 없었다..캐릭터 플레이 실패 = 제작진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중반 이후 신데렐라의 복수가 시작된다고 소개했다. 아버지의 사후 계모의 마음이 거짓이었음을, 그간 자신이 은조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음을 안 효선이 복수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복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의붓언니 은조는 기본적으로 속이 깊고 염치를 아는 인물이다. 복수의 대상이 될 수가 없었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효선을 야멸차게 대했을 뿐 효선의 것을 탐한 적이 없다. 그것은 시청자도, 효선도 처음부터 알았다.
계모는 나빴다. 그러나 그런 계모도 죽은 남편이 남긴 일기장을 읽은 후 ‘난생처음으로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스스로 개과천선해버린다. 효선은 복수의 칼날을 갈았지만 복수는 맥없이 끝났고 반전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캐릭터 플레이에 실패했다. 상처받은 인물들이 서로 부대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종국에는 모든 인물이 처음부터 나름대로 착하고 솔직했다고 설명해버림으로써 그 ‘성장’의 폭을 대폭 좁혀버렸다.
각기 아버지, 어머니, 남편의 부재에 따른 그리움과 사랑이 뼈에 사무친 인물들은 애초부터 닮아있었고 이들 캐릭터끼리의 충돌은 크지 않았다.
◇문근영 서우 이미숙의 재발견 = 다만, 배우들은 각자 성장했다. 문근영은 캐릭터의 정체성이 모호해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확실히 떼어버렸다. 난생처음 누군가의 여동생이 아닌, ‘언니’가 됨으로써 문근영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을 보여줬다.
서우의 존재감은 보석 같았다. ‘파주’ ‘미쓰 홍당무’ ‘탐나는도다’를 거치며 그가 보여준 역량은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더욱 발전했다. 그는 문근영보다 실제로는 2살이 위지만 나약한 동생 역을 살갑게 소화했다.
이미숙의 연기는 백미였다. 베테랑 연기자 이미숙은 상황에 따라 돌변하고 욕망을 이겨내지 못하는 계모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그렸다. 많은 시청자가 이미숙의 연기를 보기 위해 이 드라마를 봤다고 말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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